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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영화사 국내상륙"방화 활성화 자극제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영화사들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미국의 유명한 메이저 영화사인 MGM·UA·파라마운트·유니버설등 4개 영화사의 배급회사인 UIP와 20세기 폭스사가 지난19일자로 재무부에서 지사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들의 상륙은 이미 지난해 7월1일자로 외국인의 국내 영화제작·배급을허 용한 새 영화 법이 발효될 때부터 예견되어 왔던 일. 그러나 막상 이들이 들어오자 국내 영화업계는 잔뜩 긴장한 가운데 앞으로의 영화계 변화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미국영화사들은 현재 지사설립 인가를 받았을 뿐 사무실을 내고 활동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이들은 2월중에 문공부에 영화업 등록을 마친 후 곧 사무실 개설·영업활동 등을 시작할 태세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를 내걸고 흥행에 나서는 것은 올 여름 시즌부터일 것으로 영화계는 내다보고 있다. 3∼5월은 영화 비 성수기이기 때문에 7∼8월께에 대작영화를 들고 나서리라는 것이다.
영화계는 미국영화사들이들어 왔다고해서 국내 영화계의 판도가 당장 크게 변화하리라고는 보고있지 않다.
미국영화사들은 현재 그들의 영화를 상영할 개봉관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각 개봉관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계약을 추진해 왔으나 개봉관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선뜻 응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영화사와 직거래했을 때 밀어닥칠 부정적 여론을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봉관은 미국영화사 상륙에 대한 효과적인 방패가 되고 있다. 미국영화사들은 극장을 새로 짓는 등 부동산 투자의 길이 막혀있기 때문에 국내 기존 개봉관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 극장연합회 이태원회장은『현재 각 극장업자들이 미국영화사와 직거래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다지고있다』고 전하고『필요하다면 미국영화 거부 캠페인이라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영화계는 과연 어느 극장이 먼저 미국영화사들의 작품을 상영할 것인가에 관심의 초점을 모으고 있다.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위「스크린쿼터」제도(각 극장의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도 미국영화 상륙에 큰 장애가 되고있다.
한국영화업자협회 강대선회장은『미국영화사와 직거래하는 극장에 대해서는 각 영화사들이 한국영화의 배급을 거부, 운영을 마비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기왕 영화 시장이 개방된 마당에 그들 영화를 무조건 거부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들은 외화수입 창구를 다변화하고 그들의 자본을 한국영화 제작에 활용하는 방법 등을 내세우고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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