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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공화국 정권진용 어떻게 짜여질까|「난제」 해결 전력투구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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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7일 후면 출범할 제6공화국 정권의 진용이 어떻게 짜여질 것인지가 정가의 가장 큰 관심사다.
노태우대통령당선자가 정부·국회·민정당이라는 여권체제의 정족세 중 이미 당체제는 정비해 정부와 국회의 요직을 어떤 구도에 따라 어떤 인물로 채울지를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노당선자가 각계와의 활발한 대화를 통해 인사구상을 가다듬고 있고 대통령취임준비위가 이를 뒷받침하는 활동을 진행하면서 인사 얘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노당선자와 개별 면담한 사람들과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노당선자는 새 정권의 당면과제를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유신체제와 그 연장선에서 빚어진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갈등 및 왜곡의 심화현상을 바로잡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노당선자는 집권 초반은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는데 전력하기 위한 체제 구축에 주안점을 두고 인사 포석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당선자는 적어도 집권 초반 1년간은 업무의 특수성이 요구되는 2∼3개 정부기관을 제외하곤 정부·국회·당의 요직에 군 출신 인사의 등용을 배제하겠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이를 은밀히 군 출신 정치인들에게 비췄다는 후문이다.
또 집권 초반의 난제를 풀기 위해 행정부는 정치감각이 있는 전문인력으로 채우며, 과거 경력이 친정부였건 반체제였건 공사상 물의가 없는 유능한 인재는 과감히 발탁하고 호남인사들을 내각의 중요부서에 포진시키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당선자는 두김씨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 그들이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과 인사를 꼭 그대로 할 수는 없더라도 비슷한 수준에서 해나감으로써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64%의 요구에 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노당선자는 또 정권 교체기의 동요현상을 막기 위해 행정부와 그 산하단체의 고위직 중 △장·차관 등 정무직은 가급적 모두 교체하되 그 이하 인사는 부서장의 책임 하에 맡기고 △국영업체와 정부임명직 단체의 장 및 임직원 인사는 일괄교체대신 임기 만료가 되면 자연스럽게 교체해 나간다는 방침아래 해당부서장의 권한 또는 단체자율권을 존중한다는 대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공천에 있어서는 여권핵심으로부터 공천 내락을 받았다는 풍설은 배제하고 △새 시대 화합정치에 적합한 인사의 과감한 발탁 △부패혐의자, 권력남용자, 대형비리사건 연루 혐의자, 해바라기성 초강경파, 잦은 변절로 인해 국민의 지탄을 받는 사람 등의 배제 △친척·인척 등 사연배제 △장로층보다 참신하고 신망있는 청·장년층의 대거 발탁 등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이에 따라 노당선자는 처남인 김복동광진공사장(육사11기·육군중장예편)과 동서인 김진호전상공장관을 불러 국회의원 불출마를 강력히 종용했으나 최근 김씨는 대구동구에 사무실을 차린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노당선자가 고심 끝에 임명한 채문직대표위원과 세명보사무총장이 『궂은 일에 몸을 사리지 않고 과감히 하겠다.』고 공·사석에서 거듭 천명하고 있는 것이 노당선자의 이 같은 의중과 유관하다는 분석이고보면 이번 공천 심사는 여권 내에 한바탕 바람을 몰고 올 전망이 짙다.
○…이 같은 기본포석아래 노당선자는 늦어도 2월 중순께까지 국무총리와 청와대비서실장을 내정, 새 정부 진용구축에 대한 인선협의를 해서 2월20일께엔 조각 및 청와대보좌진용(수석비서관과 특보)을 완비할 것으로 측근들은 전망.
노당선자는 이를 위해 최근보안이 유지되는 은밀한 장소 2, 3곳에서 각계 인사들을 활발하게 만나 인물천거를 받고 있다는 얘기.
대통령취임준비위 고위 관계자는 『노당선자는 정부기관 및 보좌진이 마련해주는 자료와 광범한 각계 인사들의 천거를 참고로 다각적인 구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취임준비위는 그 동안 각계별로 등용할 수 있는 인물들을 은밀히 뽑아 노당선자에게 「인사자료」로 보고했으며 이 인사카드에 포함된 인사만도 1천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당선자의 측근들은 국무총리에 정치력과 행정력을 아울러 갖춘 인물을 찾고 있지만 인물난을 겪고 있다고 실토하고 있으며 영남에서 당대표가 나온 만큼 호남에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중 1석을 배려하느냐 여부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제6공화국은 국회의 정치 주도를 명실상부하게 상징하는 만큼 국회의장도 무게있는 정치인이어야 하며, 국무총리도 실행력과 정치력을 겸비해야 하므로 과거처럼 「대독·간판용의얼굴」로는 안된다는 점에서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발탁, 중용할 수 만도 없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노당선자 주변인물들과 정계에 나도는 유력한 하마평을 종합해보면 노당선자는 국회의장을 희망한 영남출신 모유력인사에게 완곡히 제2선에 머무르도록 말했다는 후문이며 국회의장에는 현 정계의 원로인 모모씨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는 관측.
국무총리에는 민화위에 참여한 김재순·신형직씨와 고재필·김준엽씨, 현직장관인 모씨 등이 널리 오르내리고 있으나 50대 장년층에서 의외의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이 발탁될 공산도 없지 않다고 측근들은 내다보고 있다.
내각 인사로는 우리 경제를 오늘처럼 이끈 견인차 역할을 해온 재계 전문 경영인 중에서 참신한 인물도 상당수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며 박태준포철회장과 정수창상공회의소회장·김선홍기아산업회장 등 전문 경영인의 이름이 근거 없이 나돌고 있다.
이춘구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의 정부요직 기용설도 나오고 있으나 본인은 『준비위원장이 차기정권의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항설을 깨뜨리기 위해서도 지역구에 출마해 2선에 머무르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으며 준비위의 현홍주·최병렬의원은 청와대 참모로 기용될 것이라는 설이다. <이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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