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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해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서울올림픽이 열리는 올해가 우리나라와 동구공산권 음악교류의「새장」이 될 것 같다. 2월 중순부터 3월말까지 예정된 예술의 전당 음악당 개관기념음악제에 소련태생의 세계적 첼리스트「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 중공국적의 피아니스트「인첸종」이 참가하며 같은 시기 국립국악당 개관행사에는 중공의 전통음악연주단이 오게 된다.
올림픽문화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9월의 서울국제가요제에는 헝가리의 대중가수「에바선」이 참가를 통보해왔고 이어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에도 동구권교향악단의 참가를 추진중인데 레닌그라드필과 함께 세계적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체코필하머니(지휘「바츠라브노이만」)는 최근 단독으로 올림픽기간중의 내한공연을 희망해왔다.
8월 중순에 있을 음악당의 세계합창제에도 소련과 폴란드의 합창단이 참가할 예정.
그동안 동구권과의 음악교류라면 소리 없이 몇몇 연주자들이 내한했거나 국내음악가들이 정평 있는 동구권의 국제 콩쿠르 등에 참가한 것 등이 고작이었다.
동구권연주자로 한국에 처음 온 것은 76년 제1회 대한민국음악제 때 초청연주를 한 유고의 지휘자「닐사·발레사」, 피아니스트「블라드미르·쿠르판」등이며 그 후 헝가리의 피아니스트「데즈·탕키」(85년), 헝가리 라디오오키스트러(85년), 바르토크 4중주단(87년)등의 내한이 전부였다.
한국연주자가 동구권 음악무대에 선 것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정경화·김영욱(바이얼린) , 장혜원·김형규(피아니스트)씨 등이며 첼리스트 서영창씨가 헝가리의 카잘스콩쿠르, 정명훈 배은환·김진씨등이 모스크바의 차이코프스키콩쿠르에 참가한 정도다.
그러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쇼괭콩쿠르나 유고 베오그라드의「젊은 연주가경연」, 체코의 프라하국제콩쿠르 등에는 전혀 한국연주자가 발을 디딘 적이 없다.
음악관계자들은 동구공산권과의 음악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짙은 민족적 색채와 웅대한 표현, 굵은 선등을 특질로 서방과 구분되는 독자적 전통을 가꿔온 동구권음악의 흡수를 통해 서구음악문화로 점철, 많은 과제를 안고있는 국내음악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레닌그라드필·모스크바필·슬로바키아필·프라하 교향악단·베를린 교향악단·드레스덴 교향악단 등 세계수준이면서 서방과의 활발한 교류활동을 벌이고있는 소련 및 체코·헝가리·동독 등의 연주단체들과의 교류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 공산권음반이 라이선스음반으로 처음 출판된 것은 지난 83년.
서라벌레코드사가 서독의 유로디스크와 계약, 소련현대작곡가들의 작품을 소련연주가·연주단체들이 연주한 음반으로 선보인 것이다.
이 음반은「쇼스타코비치」「프르로코피에프」「라흐마니노프」등의 작품을 지휘자「로지데스트벤스키」「스베틀라노프」등이 레닌그라드필·모스코바필 등을 지휘, 녹음한 것들로 국내클래식 팬들의 비상한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5월부터는 (주)서울음반이 일본(빅터레코드)과 홍콩(퍼시픽 뮤직)등 제3국을 통해 소련의 엘로디아, 체코의 수프라폰, 헝가리의 헝가로톤레코드사와 간접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서서히 본격적인 출판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체코의 수프라폰과는 현재 계약을 맺고 오는 6, 7월께 첫째 음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같은 공산권라이선스음반은 공산권음반의 직수입길이 막혀있는 현재 실정에서 부족하나마 그들의 연주수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애호가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클래식팬들은 앞으로 레코드사간에 직 계약을 맺어 레퍼터리를 늘리고 나아가 그들의 음반을 직접 수입해 들어볼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연주만 공산권 음악인들이 했다는 점이 다를 뿐 레퍼터리는 이미 서구음반을 통해 오래 전부터 소개되고있는 마당에 비이데올로기음악의 직접 소개를 막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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