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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액상화 가능성 크지만 과장된 면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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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20일 심재현 원장이 포항 북구 흥해읍 진앙 주변 논에서 액상화 조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일 심재현 원장이 포항 북구 흥해읍 진앙 주변 논에서 액상화 조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처럼 지진을 총괄하는 ‘지진방재센터’를 별도로 세워 지속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해야 한다.”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포항 지역 8곳서 액상화 정도 조사 #“지진방재센터 2~3년 내 만들어야”

심재현(55)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은 최근 울산 중구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체계적이고 깊이있는 지진 연구와 위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원장은 지난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난 이후 연구원이 있는 울산과 포항 피해 지역을 오가고 있다. 기상청, 민간 전문가들과 포항 북구 흥해읍 망천리 진앙 주변 등 액상화가 추정되는 곳을 정밀점검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 달 정도 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 피해 현장에서 정부와 민간 전문가간에 소통이 잘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이 일정 상의없이 중구난방 다니며 불안 요인을 캐고 있다. 역량을 모으는 게 어렵다. 학자는 과학적 수치뿐 아니라 자신의 단편적·단발성 판단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 한다.”
중구난방인 의견을 모으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닌가.
“통제할 제도가 없다. 이견이 많고 합의가 어렵다. 같은 피해 지역을 본 전문가끼리도 ‘위험하다’ ‘과장됐다’ 의견이 갈린다. 합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 또한 재난 대응 체계의 문제 아닌가.
“역량을 집중하려면 지진 총괄 기구가 필요하다. 일본은 내각부 소속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가 기상청·국립방재과학기술연구소(NIED)·지질종합센터(AIST) 등과 연합해 지진 연구, 정책 심의, 기술 개발 등을 총괄 조정한다. 한국에서는 행정안전부 소속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협력체계를 이루기 어렵다. 행안부는 활성단층 조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주변 조사, 기상청은 지진 계측을 각각 담당한다. 일본처럼 한 기관이 지진의 역사부터 관련 제도까지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하기 위해 하루빨리 국가지진방재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새 기구를 만드는 게 능사인가.
“어차피 각 기관이 하던 일을 총괄한다는 의미다. 울산에 지진방재센터를 만들면 경북과 경남·부산 지역을 아우르게 된다. 또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부산대 지진방재센터 등 주변의 전문 기관과 클러스터를 이룰 수 있다. 행안부에 이와 관련한 인력 충원 계획을 제출했다. 내년 관련 연구를 시작해 2~3년 안에 국가지진방재센터를 세우는 것이 목표다.”
규모 5.4 지진 때문에 수능이 1주일 연기됐다. 지난해 9월 강진(5.8) 이후 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나아진 것도 많다. 긴급재난문자가 빨라졌다. 수능 연기도 신속하게 결정했다.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 텐트를 설치한 것 역시 잘했다. 또 기존 수해 중심의 정부 지원 체계를 개선해 지진 피해에 맞게 지원금 등을 확대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액상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포항 지역 8곳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해 액상화 정도를 조사할 계획이다.

국민이 처음 보는 현상인 액상화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과장된 면이 있다. 일본에서 규모 6.0 이상 지진이 났을 때 액상화로 건물이 파괴된 사례가 있지만 5.0 정도에서는 못 봤다.”

울산·포항=글·사진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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