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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산테러’ 당한 얼굴 당당히 들고 런웨이에 선 여성들

중앙일보

입력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패션쇼에 선 산성 물질 공격 피해자 레슈마 쿠레시[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패션쇼에 선 산성 물질 공격 피해자 레슈마 쿠레시[AFP=연합뉴스]

극복하기 어려운 끔찍한 트라우마일 수밖에 없는 ‘염산테러’. 그것도 남편이나 가까운 가족 등으로부터 테러를 당해 얼굴에 상처를 입은 인도 여성 9명이 패션쇼 무대에 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랄리트 호텔에서 이 여성들이 로힛 발, 라나 길, 아르체나 코차르 등 인도 유명 디자이너들이 기부한 의상을 입고 모델로 나선 패션쇼가 열렸다.

이날 무대에 선 미나 카툰 씨는 전남편에게 산성 물질 공격을 당했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그들은 나를 보면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며 그동안 겪어온 어려움에 대해 고백했다. 하지만 어느 날 미나 씨는 생각을 바꿨다. 미나 씨는 “어느 날 ‘당신이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인생을 꾸려야 한다. 내 아들이 공부하기를 원하고, 그를 뒷바라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패션쇼에 모델로 참가한 산성 물질 공격 피해 여성들[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패션쇼에 모델로 참가한 산성 물질 공격 피해 여성들[AFP=연합뉴스]

지난해 뉴욕 패션위크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은 레슈마 쿠레시(20) 씨도 이날 모델로 쇼에 참여했다. 그는 3년 전 형부에게 염산 공격을 받았다. 얼굴과 등, 양팔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한쪽 눈도 잃었다.

쿠레시 역시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쿠레시는 그런 일이 또 일어날까 봐 무서웠고, 사람들이 거리에서 자신에게 보이는 반응이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 역시 생각을 바꿨다. 쿠레시는 “사람들은 아무도 너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너는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곤 했지만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얼굴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를 바란다”며 “다른 여성들도 내가 한 경험을 누릴 기회를 얻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패션쇼에 선 산성 물질 공격 피해자 아누판라[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패션쇼에 선 산성 물질 공격 피해자 아누판라[AFP=연합뉴스]

해당 패션쇼는 비정부단체 ‘상처 아닌 사랑을 만들자’(Make Love Not Scars·MLNS)가 주최했다. 이 단체는 산성 물질 테러 방지 운동을 벌이며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인도에서 주로 여성을 겨냥해 일어나는 산성 물질 테러는 매년 보고된 건수가 수백 건, 실제로 수천 건에 이른다.

타니아 싱 MLNS 부회장은 패션쇼가 산성 물질 테러 생존자들의 자신감을 북돋우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패션쇼는 그들이 인정받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깨달을 기회”라며 “이제 그들은 돌아가서 얼굴과 흉터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세상에 말할 수 있다.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은 이 세상”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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