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친서' 받은 文 대통령 "한·중·일 회담 조속 개최"…"취재진 나가지 말라"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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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한·일·중 정상회의가 조기에 개최되어 방일(訪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일본 공명당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이같이 밝혔다. 공명당은 자민당의 연립정권 파트너다.

문 대통령, '한·중·일 회담 조속 개최' 아베 총리 친서 전달 받아 #日 연립여당 공명당 대표에게 "평화·외교적 북핵 문제 해결해야" #야마구치 발언 중 취재진 퇴장시키자 "인사말까지 취재하게 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를 접견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2017.11.23 청와대사진기자단

NHK·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관저에서 야마구치 대표를 만나 “(일본) 정부도 한국과 접촉하고 있지만 여당도 정부와 호흡을 맞춰 힘써달라”며 조기 3국 정상회담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의 친서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베트남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정확한 시점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다음달 국빈 자격으로 방중(訪中)을 앞둔 문 대통령은 친서를 받은 뒤 아베 총리에 대한 안부를 물었고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아베 총리의 방한 기대한다는 뜻을 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40분간 진행된 접견에서 “한·일 관계에 많은 굴곡이 있었던 가운데 야마구치 대표와 공명당이 일관되게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양국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마구치 대표는 “공명당은 오랜 기간 한국과의 교류를 계속해 왔다”며 “‘한국은 문화 대은(大恩)의 나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의원 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지난 7월 개최를 추진하던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의가 보류된 3국 정상은 '조속한 3국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상태다. (왼쪽부터)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중앙포토]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대응을 위해 한·일 양국, 그리고 한·미·일 3국이 긴밀하게 공조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북한에 대해 최대 한도의 제재와 압박을 가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어 평화적,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긴장이 지나치게 고조되지 않도록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이에 대해 “국제사회가 결속하여 북한을 압박하여 북한의 태도를 바꾸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국제사회의 결속이 외교적·평화적 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시상식에 선 김연아(오른쪽)와 아사다 마오 [중앙포토]

문 대통령은 이어 “공명당도 평화를 사랑하는 정당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창 올림픽이 평화의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트의 라이벌로 불린 김연아·아사다 마오 선수의 선의의 경쟁을 언급하며 “평창 올림픽이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의 평화로 나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에서는 지난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에 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돼 실시된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지진과 관련해 일본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협력 분야가 있지만 재난에 대해서도 협력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야마구치 대표도 “고등학생들이 수능을 보는 중요한 날”이라며 “미래를 짊어질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 젊은이들과 힘을 합쳐 미래를 개척해 나아가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의 발언 중 청와대 직원이 취재진이 퇴장을 요구하자, "발언이 끝날 때까지 취재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이날 접견에서 문 대통령은 야마구치 대표의 모두 발언 도중 청와대 직원이 ‘기자단 퇴장’을 요구하자 “(야마구치) 대표님의 인사말이 끝날 때까지 취재하도록 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손님의 발언 중간에 취재진이 퇴장하는 것을 결례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접견장에는 국내 언론뿐 아니라 일본 언론도 함께 취재를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