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닭·오리 등 감염은 2년째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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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가 유럽.아프리카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독일에선 월드컵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상습 발생 국가인 베트남.태국.중국은 물론 인도.홍콩 등에서도 AI가 발생했다. 베트남에서는 2004년 1월 이후 최근까지 93명이 AI에 감염돼 이 중 42명이 사망했다. WHO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확인된 AI 감염자 170명 가운데 사망자는 92명이며, 2월 들어 14개국에서 감염사례가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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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 세계가 AI의 공포로 술렁이고 있지만 한국은 2003, 2004년 발병 이후 아직 추가 발병이 없다. 국내 조류 질병 전문가들은 "한국의 철새 이동 경로가 AI 발생국의 철새 이동경로와 다른 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 때문에 AI 감염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한다.

◆ 철새의 이동 경로가 다르다=AI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감염된 철새들이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고병원성 AI(H5N1)도 철새가 감염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의과학검역원 위성환 방역과장은 "한반도엔 겨울에 흰뺨검둥오리.청둥오리.가창오리.쇠오리.원앙 등 철새 100여만 마리가 날아오는데 이미 다 내려왔다"며 "이들 대부분은 3월 중순 이전에 대부분 북쪽으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겨울 철새가 돌아가는 이달 말까지를 AI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수의과학검역원 역학조사과 박최규 박사는 "최근 AI 감염은 아프리카.유럽을 포함한 이동 경로(East Atlantic flyway)를 따라 이동하는 철새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며 "겨울에 한반도로 내려오는 철새들은 이와는 다른 이동 경로(East Asia Australian flyway)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겨울에 한반도에 내려온 철새들이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먹이를 찾기 위해 한반도 전역을 돌아다닐 가능성이 있다. 철새 도래지에는 이미 먹이가 바닥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혹시 철새들이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는 AI 바이러스가 텃새나 농장 등에서 키우는 닭.오리에게 전파될 위험이 있다. 수의과학검역원 이주호 방역부장은 "한반도로 날아오는 철새의 가검물을 채집해 AI 바이러스 검사를 했지만 아직까지 H5N1을 포함, AI 바이러스는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방역 노력=서울대 수의대 김선중 교수는 "AI 바이러스는 감염된 닭.닭고기.오리고기 등에서 철새로도 옮길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AI 발생국가로부터 가금육을 수입하지 않아 밀수나 해외 여행객의 밀반입을 통해 가금육이 국내 유입되지 않는 한 가금육을 통한 AI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해외여행.인적 교류를 통한 AI 바이러스의 국내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도 방역 전문가들은 '극히 낮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은 비무장지대(DMZ)로 차단돼 있으므로 공항.항만에서 검역.검사를 철저히 한다면 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사람들은 통관시 반드시 방역과정을 거친다.

철새와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또 천안 등 철새가 자주 찾는 지역 인근의 양계 농가에선 철망 등 차단막을 쳐 철새가 계사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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