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주당 6만원에 공개 매수" 아이칸 '선전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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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기업 사냥꾼인 칼 아이칸이 KT&G의 경영권 인수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를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노린 외국 자본의 주식 공개매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블룸버그 등 해외 주요 언론은 "아이칸 측의 공개매수 제안은 한국에선 생소한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재계와 정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주당 6만원에 공개매수 하겠다"=스틸파트너즈.아이칸 파트너스 등 아이칸 연대는 23일 KT&G 곽영균 사장에게 "KT&G 지분을 주당 6만원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는 "KT&G 주식을 취득한 후 의결권을 약속받았지만 최근 KT&G가 취한 일련의 행동은 이런 약속을 철저히 무시해 인수 제안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칸 측은 공개매수를 위해 2조원(약 20억 달러)의 자본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KT&G에 28일까지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6만원은 23일 종가(5만1200원)보다 약 17%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KT&G 주가는 24일 5만7000원으로 11.33% 오르며 공개매수 가격에 근접했다.

아이칸 측은 또 다음 달 17일 주주총회에서 예정된 KT&G의 이사 선임을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대전지방법원에 냈다.

이에 대해 KT&G는 "아이칸이 보낸 제안서엔 공개매수를 하겠다는 표현이 없다"며 "정확한 제안을 해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 공개매수 성공할까=아이칸 측이 실제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설지 아직 분명치 않은 상태다. 법무법인 전망의 천경득 변호사는 "주식 공개매수를 하려면 금융감독원에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개매수에 나서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공개매수 가격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칸 측이 요구 사항을 관철키 위해 다음 달 주총을 앞둔 회사 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개매수 시도로 주가를 올린 뒤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전략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이칸 측은 일본 유시로화학과 섬유기업 소토를 대상으로 주식 공개매수를 시도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올렸던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 왜 KT&G인가=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위원은 "KT&G처럼 지분이 잘 분산돼 있고, 팔 수 있는 자산이 많으면서도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KT&G는 특히 다른 주요 기업에 비해 지분 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G의 내국인 지분은 우리사주조합까지 합해도 36.91%에 불과하다. 그나마 9.58%인 자사주 지분은 의결권이 없다. 외국인 지분은 63.09%로, 이 중 아이칸-스틸파트너스 지분은 6.59%다. 아이칸 측이 몇몇 외국 투자자만 규합해도 경영권 획득에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KT&G는 골드먼삭스에 이어 리먼브러더스와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문 계약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KT&G 관계자는 24일 "리먼브러더스는 앞으로 경영권 방어 등 다양한 재무 관련 자문을 해줄 것"이라며 "역할은 골드먼삭스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표재용.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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