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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베 37년 독재 끝났지만 … 토고 50년, 적도기니 38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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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1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시민들이 벽에 걸린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치우며 환호하고 있다. 37년간 집권한 무가베는 이날 사임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시민들이 벽에 걸린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치우며 환호하고 있다. 37년간 집권한 무가베는 이날 사임했다. [AFP=연합뉴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37년 독재가 마침내 종식됐다. BBC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무가베는 의회에 제출안 사직서에서 “나, 로버트 가브리엘 무가베는 헌법 96조항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또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위해 즉각적이고 자발적으로 사퇴한다”고 덧붙였다. 제이컵 무덴다 짐바브웨 의회 의장이 이날 오후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무가베 사임을 공식 발표하자 짐바브웨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프리카 ‘전제 국가’ 아직 수두룩 #토고, 에야데마 … 냐싱베 부자 세습 #적도기니 응게마는 “전지전능한 신” #우간다, 아들·아내 둘 중 하나 승계

지난 6일 무가베는 부인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 유력 후계자였던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경질했다. 이는 군부의 반발을 샀고 15일엔 쿠데타가 발생했다. 무가베는 1주일간 퇴진을 거부하며 버텼지만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전선-애국동맹(ZANU-PF) 주도로 탄핵 절차가 개시되자 백기를 들었다.

BBC는 음난가그와 부통령이 과도정부에서 권력을 행사한다고 보도했다. 정보당국 수장 등을 지내며 무가베 권력을 수호해 온 그는 기득권층인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래서 “독재자를 몰아내고 또다른 독재자를 세웠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 전 세계는 짐바브웨가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짐바브웨 못지 않은 독재국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아프리카 54개국 중 민주국가는 14개국뿐이며, 19개 국가는 절대독재, 나머지는 전체주의 국가로 분류된다. 특히 절대독재 국가 중엔 ‘권력 세습’에까지 성공해 대대로 권력을 누리는 일가도 있다. BBC는 권력 세습을 마쳤거나, 앞두고 있는 이들 국가를 ‘아프리카 왕조’라 칭했다.

이 중 아프리카 서부의 토고는 아프리카 최장수 ‘왕조 국가’다. 1967년 집권한 냐싱베 에야데마가 숨진 뒤 아들인 포르 냐싱베가 권력을 물려받았다.

에야데마 때부터 토고는 강력한 독재국가였다. 그가 창당한 ‘토고국민대회’는 90년대 초까지 토고 유일의 합법 정당이었으며, 다당제 도입 후에도 집권당 지위를 넘겨준 적이 없다. 그는 암살 위기를 수차례 넘겼고, 74년엔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도 살아남았다. 2003년 개헌 때는 연임 제한을 폐지하며 대통령 입후보 연령 제한을 45세에서 35세로 낮췄다. 당시 37세였던 아들, 포르 냐싱베(51)를 위한 작업이었다. 2005년 에야데마가 69세에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포르 냐싱베는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다음은 적도기니다. 79년 유혈 쿠데타로 집권한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75) 대통령은 ‘가장 지독한 독재자’로 불린다. 의회는 집권당인 적도기니 민주당과 추종 세력이 장악했고, 반대파는 추방·투옥·살해됐다. 2003년 국영 라디오 방송은 그를 “절대자와 영원한 계약을 맺은 전지전능한 신”이라 불렀고, 그 스스로도 자신을 ‘엘 제페(El Jefe·보스)’라 칭한다.

그가 유력한 후계자로 밀고 있는 아들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48)은 초호화 생활을 즐기는 사고뭉치다. 지난 10월엔 프랑스 법원에 횡령 혐의로 기소돼 2900만 달러(약 316억원) 상당의 고급 맨션을 포함한 자산이 동결됐다. 지난 11월엔 스위스 검찰이 그의 수퍼카 11대를 압류했다. 석유로 번 국부(國富)를 횡령해 전용기와 마이클 잭슨의 유품 등을 구매한 혐의였다.

요웨리 무세베니(73) 대통령도 31년째 우간다를 통치하고 있다. 최악의 독재자였던 이디 아민에 대항하고, 86년 취임 뒤 고속 성장을 이룬 그는 한때 ‘아프리카의 빅맨’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권위적 지도자로 돌변했다. 그와 집권당 국민저항운동은 ‘75세 이상은 대선에 입후보할 수 없다’는 현행 헌법의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차기 대선이 치러지는 2021년 77세가 되는 무세베니에게 출마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올 초 대통령 특별자문으로 임명된 큰아들과, 교육·스포츠 장관을 맡으며 대권 야망을 품고 있는 부인 중 누가 권력을 이어 받을지도 관심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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