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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 때리기’ 연타에 정부, 오늘은 ‘기대’도 없이 “美 의지 확인”만

중앙일보

입력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유지혜 기자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유지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예고대로 미국이 21일 추가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한 데 대해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끈다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의 일환으로 본다”며 이처럼 밝혔다. 또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각급에서 긴밀한 공조와 협의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 대한 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환영한다’거나 ‘평가한다’는 빠졌다. 외교부는 테러지원국 문제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기대한다’는 문구도 포함되지 않았다. 형식도 대변인 성명이나 논평이 아니라 출입기자단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은 총 7차례에 걸쳐 북한에 독자 제재를 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대부분 ‘평가한다’는 표현을 썼다(6월1일, 6월29일, 9월26일, 10월26일 제재에 대한 입장). 8월23일 제재에 대해서는 평가한다는 표현은 없었지만 “미 정부의 조치가 기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보완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끈다는 한·미 양국의 공동 노력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시작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때리기’ 2연타에 대한 정부 입장에선 보다 신중한 기류가 포착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문구 그대로 이해해 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이 대북 압박 강도를 극도로 끌어올리면서 남·북 간 대화가 요원해지거나 동력이 점점 떨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는 나온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과 관련, 중국을 타깃으로 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제3국 기관, 개인도 제재)에 동참하는 데 대한 정부의 고민도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가 소식통은 “한국은 일본처럼 미국의 제재 조치에 무조건 쌍수 들고 환영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북한 뿐 아니라 이제 막 회복되기 시작한 한·중 관계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에 신중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는 지금까지 독자제재를 한 차례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날인 지난 6일이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 미사일 개발을 목적으로 한 금융거래 활동을 차단을 위해 해외에서 활동 중인 북한 금융기관 관계자 18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관보에 게재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9월 26일 발표한 개인 제재 대상 26명 중 일부를 제재 대상에 올린 것으로, 미국의 독자제재를 확인하는 수준이지 새로운 독자제재 요소나 대상은 없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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