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효성그룹, 100억대 비자금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검찰이 효성그룹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21일 “효성건설과 계열사 진흥기업으로 구성된 ‘건설 PG(Performance Group·부문)’가 중간 납품업체를 활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했다. 비자금 규모는 최소 1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검찰 “중간 납품업체 활용해 조성” #효성 “관련 의혹 소상히 소명할 것”

검찰은 이 돈이 조현준(48) 회장의 비자금으로 사용됐는지 확인 중이다.

조 회장의 아버지 조석래(82) 명예회장은 2013년 탈세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조 회장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김양수)는 효성건설과 진흥기업이 2008~2016년 건축자재 업체 A사, 중간 납품업체 H사 등을 통해 유통마진을 유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효성 건설 PG의 도급거래는 ‘건설 PG→중간 납품업체(H사)→건축자재 업체(A사)’ 순으로 이뤄졌다. 건설사가 H사와 계약한 뒤 A사에 재하청을 주는 구조였다. 수사팀 관계자는 “자재업체와 직접 계약할 수 있었는데도 중간 납품업체를 끼워 거래가가 20%가량 뛰었다”고 말했다.

H사는 건설 PG가 다른 업체와 계약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 차례 상호를 바꿨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기간 H사는 특별한 역할 없이 중간 거래로 매년 10억~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검찰은 비슷한 수법으로 거래에 끼어든 중간 납품업체가 더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17일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와 4개 관련업체를 압수수색해 내부 문건과 컴퓨터 저장 정보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2008년 당시 효성 사장이었던 조 회장은 진흥기업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같은 해 이 회사의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진흥기업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11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는 등 부실을 겪었지만 좀처럼 정상화하지 못했다. 채권단과 약정한 경영 정상화 일정은 2년 미뤄진 상태다.

검찰은 부실 문제를 겪던 기업을 이용해 조 회장 등 효성 경영진이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수사의 단초는 2014년 시작된 ‘효성가(家) 형제의 난’에서 나왔다. 조 회장과 동생 조현문(47) 변호사는 그동안 10여 차례의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다. 2015년 조 변호사가 낸 고발장에 건설 PG를 통한 비자금 조성 정황이 나타나 있다고 한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됐던 이 사건은 같은 해 5월 특수4부로 재배당됐지만 이후 별 진척이 없었다. 특수4부가 국정농단 사건 전담 공판부가 되면서 지난 9월 조사2부에 다시 배당됐다. 수사팀은 수사 자료를 검토해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효성그룹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소상히 소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손국희·박사라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