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명 탑승 아르헨 잠수함, 남은 산소 이틀치 “조난 신호로 여겼던 소음은 해양생물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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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훈련 도중 실종된 아르헨티나 해군 잠수함 산후안 함이 다국적 수색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닷새째 흔적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잠수함 내부에 이틀치 산소만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잠수함이 보낸 조난 신호로 여겨졌던 소음은 분석 결과 해양생물에 의한 것으로 20일(현지시간) 드러났다.

훈련중 실종된 지 5일째 수색 계속

미국 CNN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엔리케 발비 아르헨티나 해군 대변인은 20일 “산후안 함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됐던 소음은 분석 결과 잠수함이 아닌 해양생물에서 발생한 소리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전날 아르헨 해군은 “해수면 200m 아래 지점에서 소음이 감지됐다”며 “소음이 탐지된 위치는 산후안 함이 예정대로 마르 델 플라타 해군 기지로 이동하는 경로와 일치한다”고 구조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현지 언론에선 “해당 소음이 도구로 잠수함 선체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였고, 이는 실종된 잠수함의 승조원들이 조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해군 측은 산후안 함이 실종 당일인 15일 본부와의 마지막 교신에서 “배터리 시스템 고장으로 긴급한 상황에 빠졌다”고 보고한 사실을 새로 공개했다. 마르 델 플라타 해군 기지의 사령관인 가브리엘 곤살레스 제독은 “산후안 함이 수면 위로 부상한 뒤 고장 사실을 보고했다”면서 “항로를 변경해 마르 델 플라타 해군 기지로 이동하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산후안 함은 15일 오전 우수아이아에서 마르 델 플라타 기지로 향하던 중 파타고니아 해안에서 400㎞ 떨어진 지점에서 해군 본부와의 마지막 교신 이후 실종됐다. 산후안 함은 아르헨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 3척 가운데 가장 최신 기종으로 실종 당시 4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현재 인근 해역에선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미국, 영국,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가 지원한 항공기와 영국의 남극 순시선 등 25척의 선박이 반경 300㎞ 해상을 수색 중이다.

산후안 함엔 90일분의 식량과 연료가 구비돼 있지만 산소 공급 없이 수면 아래에서 연속으로 운항 가능한 기간은 7일이다. 이 잠수함이 사고로 해저에서 떠오르지 못하고 있을 경우 승조원 구조에 남은 골든 타임은 이틀에 불과하다.

박상욱·이기준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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