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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중국의 권력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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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복거일 소설가

복거일 소설가

근자에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절대적 권력을 장악했음이 확인됐다. 청의 궁궐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대접함으로써 자신을 황제의 후광으로 감싼 것은 상징적이다.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나온 것이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으려 고안된 집단지도체제에서 그가 이처럼 빠르게 권력을 장악한 것은 큰 미스터리다. 공산주의 국가의 속성을 고려하면 그가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과정은 오래 뒤에나 밝혀질 터이다.

레닌 민주집중제는 독재자 낳아 #절대권력 시진핑도 반발 막으려 #엄격한 주민 통제와 감시 펴고 #민족주의적 열정 고취시킬 것 #우리도 이런 중국 흐름 이해해야 #그래도 덜 나쁜 선택할 수 있다

그래도 그가 공산주의 체제에 내재한 근본적 힘의 도움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공산주의가 오래 시행된 사회들에선 으레 절대 권력을 쥔 지도자들이 나왔다. 그런 근본적 힘에 대한 성찰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중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산주의 사회에선 공산당이 최고 기구다. 국가도 공산당에 복속한다. 공산당 자체는 중앙위원회에 의해 운영되는데, 이 기구는 다시 소수 당원으로 이루어진 정치국이 관장한다. 그리고 정치국은 거의 언제나 최고지도자의 지도를 따른다. 중국도 본질적으로 이런 체제를 지녔다.

고안자인 레닌이 민주집중제(Democratic Centralism)라 부른 이 제도는 권력의 분립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권력이 집중되므로 민주집중제는 필연적으로 독재자를 낳는다. 러시아혁명이 일어나기 훨씬 전인 1906년에 트로츠키는 레닌의 고안이 독재자를 만들어 내리라 예언했다. “레닌의 방식은 이것으로 이끈다: 당 조직은 처음엔 당 전체를 자신으로 대치한다. 다음엔 중앙위원회가 당 조직을 자신으로 대치하고, 마지막으로 한 독재자가 중앙위원회를 자신으로 대치한다.” 실제로 레닌은 러시아 제국의 차르보다 훨씬 큰 권력을 휘둘렀다. 공산주의 체제가 굳어지자 스탈린은 레닌보다 훨씬 큰 권력을 휘둘렀다. 스탈린이 죽은 뒤 러시아 지도자들은 비밀경찰(KGB)을 장악한 베리야를 제거하고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권력이 집중되는 과정은 꾸준히 진행돼 브레즈네프는 스탈린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렸다.

절대적 권력을 누린 마오쩌둥으로부터 박해받은 덩샤오핑은 이런 사정을 개선하려고 집단지도체제를 고안해 시행했다. 그러나 그의 개혁은 공산당의 권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 한계가 있었다.

중앙시평 11/19

중앙시평 11/19

사정이 이러하므로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 계급인 신분제 사회다. 공산당원들은 일반 시민보다 월등한 지위를 누린다. 안정적 신분제 사회에서 지배 계급은 구성원의 5~10%로 이루어진다. 5%보다 적으면 사회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지고, 10%보다 많으면 수탈한 재화에서 차지하는 몫이 작아져 내분이 일어난다. 지금 중국 공산당도 그 범위 안에 든다.

신분제 사회에선 신분이 세습된다. 공산당의 상층부는 마오쩌둥을 추종한 공산당 간부의 자식들이다. 시 주석 자신도 그렇다. 현대사회에서 신분의 세습은 시민의 거센 반발을 부른다. 비록 민주주의의 경험은 없지만 국경이 낮아진 지금 중국 인민들이 반민주적 질서에 순응할 리 없다. 이것이 시 주석이 맞은 근본적 위협이다.

이런 위협에 대한 그의 대응책은 둘이다. 하나는 주민들에 대한 더욱 엄격한 통제와 감시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는 이미 철저해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조지 오웰의 『1984년』이 중국에서 처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하는 암호화폐(crypto currency)를 중국 정부가 단호하게 금지한 것은 시사적이다.

다른 하나는 민족주의적 열정의 고취다. 공산당 정권이 애용해 온 이 고전적 방안을 시 주석은 새롭게 다듬었다. 마오쩌둥은 한국전쟁에서 초강대국 미국에 이김으로써 중국이 비로소 강대국이 됐다고 선전했다. 시 주석은 2050년까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가 되리라고 선언함으로써 중국 인민들을 열광시켰다. 민족주의적 열정은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므로 중국의 대외정책은 더욱 팽창적이고 위압적이 될 것이다.

시 주석이 절대적 권력을 장악한 일엔 이처럼 음산한 함의들이 담겼다. 그 영향은 온 세계에 미칠 터이지만 작은 이웃인 우리에겐 특히 크고 직접적일 것이다. ‘사드 문제’가 아프게 일깨워준 것처럼 우리로선 마땅한 대책이 없지만 그것들을 제대로 이해해야 그래도 덜 나쁜 선택을 할 수 있다.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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