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화장실 남녀 공용으로 개조 중" 소식에 네티즌들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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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사진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현대카드가 본사 화장실을 남녀 공용으로 개조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11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현대카드 본사의 화장실을 남녀공용으로 개조하기 위해 2년째 디자인을 연구해 완성단계다"라고 밝혔다.

그는 "남녀공용으로 하면 수용 능력이 몇십% 올라가고 기다림이 대폭 준다"라며 "다만 거부반응과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고려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차음, 환기, 온도, 여성전용 파우더룸의 확보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처음 검토를 시작했을 때는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요즘 유럽과 미국에서는 보수적인 회사들조차 앞다퉈 남녀공용으로 바꾸고 있다"며 "물론 LGBT 이슈가 강한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튼 트렌드가 그런 것만은 확실하다"고 적었다.

'LGBT'란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지칭하는 약자로 성적소수자를 이르는 말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댓글을 통해 "검토 중간에 합류한 어떤 미국 디자이너는 화장실이 남녀 구분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근대의 이야기이고 남녀차별·인종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공간 합리화를 넘어서 사회적 대의가 있다며 열정을 보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남녀공용 화장실'이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실험인 것만은 확실한 만큼 정 부회장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열띤 논쟁이 펼쳐졌다.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처럼 직장 내 성추행이 만연한 곳에서 CCTV 설치가 불가한 화장실을 남녀공용으로 만든다는 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수고와 들이지 않아도 될 돈과 시간을 들여 범죄 소굴을 만드는 일"이라며 "새로운 것이 다 최고는 아니다. 화장실이 남녀구분이 되지 않는 곳은 집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해당 댓글은 가장 많은 공감('좋아요')을 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태영 부회장은 "성추행이 만연한 곳이면 성추행을 직접 타겟팅해서 잡고 들어가야지 화장실이 남녀공용이면 (범죄) 소굴이 되고 남녀유별이면 안전해집니까? 상황의 본질과 주변 변수를 혼용하시는 것 같다"라고 직접 답변했다.

반면에 새로운 시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유럽에서 처음 접했을 때 당황하면서도 효율, 공평을 고려했을 때 참 좋다고 생각했다. 다만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사용하는 것과 매일 보는 사람들과 같이 사용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측면 등) 같지 않음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조언을 건넨 네티즌도 있었다.

남녀공용과 남녀구분 화장실이 둘 다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남녀공용 화장실을 가진 미국 회사에서 오년 일한 적이 있다. 남자보다 여자 직원들의 불만이 훨씬 많았다. 위생과 문 앞에서 마주치는 상황이 불편했다"며 "남녀공용 화장실과 더불어 남녀 구분된 화장실이 사무실 문화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외에도 "나름 유럽의 선진국이란 두 나라에서 8년째 거주 중인데 대부분의 공기관과 사무 시설은 남녀 공용 잘 없다. 공간이 협소한 옛 건물에서나 보인다" "기존의 남녀화장실은 유지하되 소수자를 위한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하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이든 첫 시도는 어려울 텐데 존경스럽다" "직원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국민정서상 아직은 이른 것 같다" 등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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