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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비자금' 다시 보는 검찰 …본사·계열사 등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관계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연합뉴스]

17일 관계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연합뉴스]

검찰이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에 착수했다. 2008년과 2013년에 이어 세 번째 검찰 수사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김양수)는 17일 관계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서울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와 관계사 4곳, 관련자 주거지 4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사 통해 비자금 조성 혐의" #"수사 과정서 인지되는 사건 모두 수사" #우병우 전 수석 '수임 비리' 다시 볼 수도 #효성 "적폐청산 수단 시각 옳지 않아"

수사팀 관계자는 “효성가(家) 2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장남인 조현준 회장 등을 고발한 사건 등 고소·고발 10여 건을 묶어서 정리하는 차원의 수사다”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건 기본적인 범죄사실이 소명됐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효성그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집안과 관련 있는 기업(조석래 회장의 조카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이 전 대통령의 딸 수연씨가 부부)인데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사로 일해 이른바 ‘효성가 형제의 난’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수임료 축소신고 등 우 전 수석의 비리 혐의를 조사했지만 찾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선 우 전 수석 건을 보지 않지만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모두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의 초점은 주로 조 전 부사장이 아버지(조석래 명예회장), 형과 갈등을 빚은 2014년 ‘형제의 난’ 무렵 고소·고발 사건에 맞춰져 있다. 조 전 부사장은 형이 대주주·등기이사로 있던 효성 계열사들이 다른 계열사 주식을 시장가보다 비싸게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횡령·배임)가 있다며 고소·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효성의 부동산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최모 대표이사를 1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공세를 시작했다. 당시 형인 조 회장과 동생(조현상 사장)은 피고발인이 아니었지만 두 회사 최대주주여서 재계에선 형제간 분쟁으로 봤다. 경영권 싸움에서 밀려난 조 전 부사장의 공격이라는 해석이었다.이 사건과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지난 8월 조 전 부사장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제기한 의혹의 지점에서 효성 일가의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2014년 10월 형과 효성그룹 계열사 임직원 8명을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서도 거찰은 같은 의심을 하고 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형이 효성 계열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노틸러스효성,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에서 수익과 무관한 거래에 투자하거나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 해당 기업들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들은 고발 사건 전담인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가 맡다가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이 된 뒤 2015년 특수4부로 재배당됐다.

2년 넘게 묵혀있던 이 사건은 특수4부가 국정농단 사건 공판을 전담하면서 최근 다시 조사부로 돌아왔다. 사건 재검토 과정에서 검찰은 효성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케 하는 단서도 발견했다.

효성이 9년 새 세 차례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검찰 지휘 라인과의 악연도 주목 받고 있다. 2008년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부장검사는 현 문무일 검찰총장이었다. 2013년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는 현 수사 부서인 조사2부를 지휘하는 윤대진 1차장검사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효성은 이 전 대통령 가족과 연결된 기업으로 알려지며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는데 수출 비중이 80%여서 국내 특혜와는 관련성이 덜한 기업이다. 불법행위는 벌을 받아야겠지만 기업들을 ‘적폐청산’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호진·이소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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