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창구마저 막힌 물류대란 9일째] 정부는 "정상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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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째 운송거부에 나선 화물연대가 정부.운송업계와의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부산항 등 주요 물류기지의 화물반출입량이 평소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며 물류난이 점차 정상화돼 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소무역업체들은 여전히 화물차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치솟은 운송비 부담에 시달리다 일부에서는 생산량까지 줄이고 있다.

◆통계로는 정상 회복=건설교통부는 29일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소의 92.7%, 야적장 장치율(화물의 점유율)도 64.2%로 평소(62%) 수준"이라고 밝혔다. 광양항도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소의 94.4%로 정상화됐고, 장치율도 36.1%로 평소(35%)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산업자원부도 이날 "시멘트는 하루 평균 수송량 15만3천5백t의 82.7%인 12만6천9백8t이 수송됐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이미 지난 27일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의 복귀율이 80%에 달한다"며 '물류대란 정상회복'을 선언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정부와 업계가 호흡을 맞춰가며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으로 조기에 정상회복 수순을 밟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화물연대측은 "월말과 추석경기를 앞두고 주요 공단의 수출입 물동량이 평소 10%수준에 불과하다"며 "본격적인 물류 붕괴현상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선 트럭 못 구해=현장에서는 정부의 발표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화물차량 확보에 화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소 15만원선이던 수도권에서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까지의 왕복요금은 4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서울~부산 등 장거리 수송의 어려움이 심해 편도 40만원선이던 의왕~부산 구간의 40피트컨테이너(FEU) 운송료로 1백만원 이상을 지불하기도 한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긴급 화물 수송을 위해 백방으로 뛰던 화주가 왕복 3백만원을 제시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예 수송을 포기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경북의 섬유업체 H사는 지난 19일 이후 20피트컨테이너(TEU) 50개 분량의 수출품을 공장 마당에 쌓아놓고 있다.

또 전자부품 가공업체 M사는 대만에서 수입한 부품이 부산항에서 발이 묶이면서 25일부터 사흘간 공장 문을 닫았다. 경기도 Y피혁은 의왕ICD에서 공장까지 수출용 원자재를 실어나를 차량을 구하지 못해 1주일 동안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는 12개 대형 컨테이너 운송사에 소속돼 있는 화물연대 화물차주 1천5백12명 가운데 6백27명만이 복귀하는 등 화물연대 회원들의 복귀율이 41.4%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차주들의 복귀율도 더 이상 크게 높아지지 않고 있는 것도 화물수송에 지장을 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비상대책반장 이우원 이사는 "컨테이너를 미리 확보하거나 대체 수송수단을 마련하기 어려운 중소업체는 원재료 운송이나 제품출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는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매듭짓기가 고민=화물연대와 정부측의 대화창구는 완전히 끊겨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와 운송업계간의 대화도 지난 25일 예정됐던 협상이 무산된 이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운송거부 사태의 종료를 쉽사리 점치기가 어렵다.

화물연대는 연일 "대화와 타협에 따른 해결"을 외치고 있지만 정부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도부의 사법처리를 늦추려는 작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물론 정부나 업계는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운송거부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을 것이란 데 동의하고 있다. 주요 항만과 ICD의 물동량은 크게 개선되겠지만 항만이나 주요 물류기지와 공단.업체 등을 연결하는 물류수송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李이사는"물류는 물류기지.철도.도로.항만 등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므로 한 곳에서라도 병목이 발생하면 전체의 마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산자부가 집계하는 운송 및 선적 차질에 따른 수출차질 액수도 29일 5억7백만달러로 계속 불어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운송거부 사태의 완전 종료를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체포영장 집행은 화물연대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고 나아가 노동계 전체의 반발로 확산될 수 있어 집행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김창우.장정훈 기자

▶8월 20일 BCT협상 결렬

▶21일 운송거부 돌입

▶24일 정부,화물연대 운송방해 신고센터 운영

▶25일 정부, 26일 자정까지 미복귀 차량 경유가 보조금 중단 발표 화물연대.컨테이너운송업계, 협상 결렬

▶26일 盧대통령, "화물연대 엄정대처"지시

▶27일 법원,화물연대 지도부 체포 위한 영장 발부

▶민주노총.한국노총,정부 비난 공동성명 발표

▶산자부, "BCT 차량 80% 복귀.시멘트 수송 정상화"

▶29일 건교부,"부산.광양.의왕ICD등 컨테이너 반출입량 평시 수준 회복"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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