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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왜 40대에 많이 걸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경제기획원이 밝힌 86년도 사망원인에 따르면 간경변증을 포함한 만성간질환과 간암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의 8·9%로서 81년의 5·5%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특히 40대의 경우 이들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의 22·2%나 되어 사망자 5명 중 1명은 간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 그중 간암은 40대 전체사망의 7·4%를 차지, 한국의 1위암인 위암보다도 더 사망자가 많다.
서울대 의대 김정용 교수(소화기내과)는『세계적으로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 간암의 발생이 높고, 간암환자의 혈청 내에서 B형 간염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으며,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 가족 내에서 간암발생빈도가 높다』고 밝히고『세계적인 B형 간염 유행지역인 우리나라에 간암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술이나 화학물질·곰팡이 등이 간암의 원인이 되는 수도 있으나 간염이 가장 큰 원인인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하고 특히 어머니로부터 감염된 신생아나 소아 때 감염된 경우에는 30∼40년을 경과하는 사이 바이러스 유전자가 간세포유전자에 어떤 변화를 초래해 간암이 되는 수가 많다고 설명한다.
간암으로 사망한 가족이 있는 집안에 간암 환가가 많은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며 신생아나 유아 때의 간염예방을 강조하는 것도 당장은 문제가 적더라도 성인이 된 후의 간암위험성을 막자는 데 그 뜻이 있는 것이라는 것.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장기보유자(간염이 있든 없든 간에)가 과음·과로 등 무리한 생활을 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간암으로까지 진행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고려대 의대 서동진 교수(부속 혜화병원 내과)는 B형 간염환자가 본인도 모르게 간경변증을 앓은 후 간암이 된 후에 증상을 느껴 찾아오는 환자를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하고 대개 간암환자의 80%가 간경변증을 갖고 있으며 반대로 간경변증의 25%정도가 간암으로 이행한다고 밝힌다.
고려대 의대 이창홍 교수(부속 구로병원 내과)는 간암예방을 위해서는 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할 것과 위험집단(B형 간염 바이러스 장기보유자, 40∼50대, 만성간염 또는 간경변증, 남성, 가족력있는 자 등)의 정기적인 검진을 권한다. 이 교수는 간 질환은 웬만큼 나빠지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므로 알파피토단백(AFP)검사를 비롯한 간 기능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으로 조기발견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간암치료는 절제술과 간이식 등 근치수술이 고려되고 있으나 너무 진행되어 절제 불능환자가 많고 이식도 아직은 난점이 많은 편이다.
이밖에 간 동맥 또는 문맥지를 묶어 혈류를 차단하거나 간 내에 항암제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 단독, 또는 병합 시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수술적으로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간 동맥을 리피오돌과 같은 조영제를 주입하고 아드리아마이신·5-Fu와 같은 항암제를 넣어주는 방법이 각광을 받고있다.
간암은 아무 치료도 하지 않을 경우 1년 이내 대부분이 사망하지만 이 같은 수술 및 적절한 화학요법기술의 발전으로 생존기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의 1년 생존율은 45%정도로 높아졌고 5년 생존율도 15%나 된다면서 앞으로 조기진단·조기치료가 많아지면 간암도 그렇게 무서운 암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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