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되면 보증금 돌려준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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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경기도 일산에 사는 최모(38)씨는 1999년 9월 T콘도의 5년 리콜제 이용권을 샀다가 후회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만기가 돼 보증금 370만원을 반환해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는 "성수기에 콘도 예약이 거절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돈만 날리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저가의 리콜제 콘도 이용권 판매업체들이 당초 돌려주기로 한 보증금을 제때 주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리콜제 이용권은 98년 하반기~2000년 초 유행한 것으로 200만~500만원의 입회보증금(계약금)을 걸고 사용하다 5~7년 후 계약 만기 때 계약자가 원하면 입회보증금을 환불해 주는 상품이다. 지난해부터 속속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경영난 등을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계약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콘도업계에 따르면 이런 리콜제 이용권을 판매한 업체는 T.H.S.K콘도 등 10여 개사이며 1만여 명이 매입한 것으로 추산한다. T콘도 관계자는 "최대한 보증금을 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주5일 근무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경기 불황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400~500여 명이 보증금 반환을 신청해와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는 직원 임금을 체불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됐거나 경영권이 넘어가 보증금 반환을 못해 주고 있는 곳도 있다. K콘도 관계자는"회사 인수 문제 등으로 내년 말까지는 지급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H사도 "입회보증금 반환을 신청하고 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지 최소 6개월~1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콘도업계는 보증금 반환 희망자가 전체 이용권 계약자의 70~80%를 웃돌 것으로 본다. 회원이 많아 성수기에 객실 예약이 쉽지 않고 시설투자도 미흡해 보증금 반환 요구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소비자보호원 등에는 이를 둘러싼 소비자의 피해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의 경우 지난해 콘도 이용권과 관련, 총 1160여 건의 상담신청 가운데 돈을 받아달라며 피해구제를 접수한 건만 240여 건에 이른다. 올 들어서도 민원이 끊이지 않아 4월 초까지 상담 200여 건, 피해구제 50여 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소보원이 개입해도 대부분 돈을 돌려주기로 약속 날짜만 지정할 뿐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보원 손영호 일반서비스팀장은 "계약서가 있어도 업체가 돈이 없어 지급하지 못할 때는 법적인 조치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다"며 "저가 이용권을 살 때는 회사의 보증금 반환 능력 등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태형 변호사는 "보증금을 계속해서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면 회사 재산을 가압류하고, 법원에 소액재판청구나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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