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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택시, 실개천 살리기 … 행정실험 ‘퍼스트 펭귄’ 아산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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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남 아산시 송악면 종곡리 주민들이 100원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아산시 송악면 종곡리 주민들이 100원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는 내년부터‘100원 택시’제도를 시행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신청하면 정부가 사업비 5000만원을 보조하는 형식이다. 14일 현재 전국 160개 시·군이 사업을 신청했다. ‘100원 택시’는 버스가 닿지 않는 농어촌과 산골 오지 주민을 위해 지자체가 요금을 부담하고 운영하는 택시를 말한다. 주민에게는 요금을 100원만 받는다 해서 이렇게 부른다.

주민밀착 정책들 전국서 벤치마킹 #오지주민 교통편의 제공 마중택시 #50개 지자체 이어 정부 내년 도입 #경비원 고용지원 유사 조례도 생겨 #복기왕 시장 “지방분권 밑거름 기대”

그런데 100원 택시의 원조가 충남 아산시라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복기왕(49·사진) 아산시장은 14일 “2012년 10월 배방읍 등 일부 지역에서 100원 택시(마중 택시)를 전국에서 처음 운행했다”며 “이를 다른 지자체가 잇따라 도입했다”고 말했다. 복 시장은 “시골 마을 주민이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택시가 버스 역할을 대신하면 될 것 같다는 발상이 떠올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아산지역에서는 현재 도고·음봉면 등 80개 마을에서 마중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택시기사가 마을에서 3㎞ 이내 버스정류장까지 주민을 태워 주고 탑승 인원에 상관없이 대당 1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아산 시내인 동 단위 지역까지 가면 대당 1400원을 내야 한다. 나머지 요금 차액은 아산시가 택시회사에 지급한다. 조길영(77·아산시 송악면 종곡리)할머니는 “마중택시 덕분에 병원이나 시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복기왕 충남 아산시장이 9일 시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복기왕 충남 아산시장이 9일 시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아산시에서는 마중택시 3만8432대가 이용됐다. 아산시는 택시비로 1억 82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100원 택시는 전국 50여개 지자체가 도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4년 전남지사에 당선되자 전남 도내 21개 시·군에 100원 택시를 도입했다.

충남 아산의 다양한 주민 밀착형 시책이 전국에서 주목을 받으며 여러 지자체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100원 택시를 비롯해 ▶아파트 경비원 고용 및 처우 개선 ▶주민참여형 실개천 살리기 등이다. 충남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원 조사결과 100원 택시 등 일부 아산시의 시책은 전국 최초로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자체 행정의 퍼스트 펭귄인 셈이다. 퍼스트 펭귄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도전함으로써 다른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선도자를 비유하는 말이다.

아산시는 올해 지역 8개 아파트 단지관리사무소에 829만원씩 총 6639만원의 경비원 고용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돈은 이들 아파트가 경비원 수(53명)를 줄이지 않고 고용을 유지한 데 따른 인센티브다. 아산시는 2015년 3월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유지 및 창출 촉진을 위한 특별지원 조례’(지원조례)를 만들었다. 경비원 규모를 유지하면 1인당 최저 월급(116만원)의 10%인 12만원, 기존 경비원을 유지하면서 신규로 채용하면 급여의 30%인 36만원을 지원한다. 부산 기장군 등 일부 지자체가 유사 조례를 만들어 시행중이다.

아산시 선장면 죽산1리 일대마을 주민들이 실개천을 정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산시 선장면 죽산1리 일대마을 주민들이 실개천을 정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산시는 2011년부터 실개천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은 주민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민들이 마을 실개천 주변 생활쓰레기와 영농폐기물(폐비닐·농약병)을 수거하고 자연정화용 생태 습지 등을 조성했다. 그 결과 실개천에는 미꾸라지, 다슬기, 가재 등이 돌아왔다. 실개천 살리기는 2012년 정부 시책으로 선정됐다.

아산시는 2015년부터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장미마을’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정기 합동 단속과 함께 진입도로를 확장하는 등 도시계획을 재정비해 관련 업소의 자진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 또 유흥업소가 입주 건물(5층짜리) 한 곳을 10억원을 들여 매입해 리모델링 작업중이다.

복기왕 시장은 “지역의 작지만 임팩트 있는 시책은 지방 분권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분권국가 시스템을 신속히 도입해 지역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윤종빈(정치외교학과)교수는 “지역 시책의 성공은 지방자치의 바람직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산=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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