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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장 전망 3.0 … 3.2% 올린 IMF, 더딘 노동개혁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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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3.2%로 높여 잡았다. 다만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성장세가 좋을 때가 구조개혁의 적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IMF-정부 연례 협의결과 발표 #수출·투자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인구 고령화가 잠재성장률 발목 #성장할 때가 구조개혁의 적기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확보해야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단장 등 IMF 연례협의단 6명은 지난 2주간 정부부처와 연구기관을 둘러 본 뒤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단기 전망은 더 좋아졌다. 지난달 10일 2.7%에서 3.0%로 성장률 잠정치를 상향 조정한 지 한 달여 만에 0.2%포인트를 더 올렸다. 북핵 리스크 등 지정학적 긴장 상황을 극복할 만큼 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IMF-정부 연례 협의결과 발표

IMF-정부 연례 협의결과 발표

IMF 협의단은 발표문에서 “정보통신(IT)과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로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민간소비가 올 3분기 들어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이 4분기에도 지속하면 올해 3.2%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란 설명을 내놨다.

협의단은 기존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3.0%)를 수정하지 않았지만 이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내부적으로 (2018년 성장률도) 3.2%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불확실성이 있지만 (추후)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성장을 이끌 요소로는 민간소비 진작을 꼽았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소비 진작과 고용 창출 정책이 2018년에 효과를 나타낸다면 경제 성장률이 더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IMF의 충고다. 협의단은 “현재의 성장 추세는 적극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고용 증대와 생산성 향상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IMF는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0%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고용 규모와 생산성을 늘리지 않으면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초의 7%와 비교해 절반 아래로 떨어졌는데 인구 고령화에 따라 생산성 하락을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가 물가 상승 부담 없이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은 2016~202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3%에도 못 미치는 2.8~2.9%로 추정했다.

협의단이 제시한 최우선 정책 과제는 바로 노동시장 개혁이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한국 노동시장 정책의 근간으로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을 동시에 확보하라는 주문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정규직에 대한 유연성 확대 ▶강력한 실업 안전망 구축 ▶적극적 정부 개입을 제시했다. 맞춤 육아지원, 보육수당 증가 등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 확대도 주요 과제다.

그러나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은 안정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쉬운 해고를 규정한 정부 지침 폐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이 대표적 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현재 노동시장의 문제점이 비정규직 오남용 등 지나친 유연성에서 야기된다고 보고 있다”며 “큰 방향은 옳지만 고용 안정성에만 치중하면 자칫 노동의 경직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법의 열쇠는 노사정 대타협이다. 협의단은 “유연안정성 개념 도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이라며 “사회적 대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IMF는 양극화와 불평등,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앞으로 적극적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한국은 채무 지속가능성에 대한 리스크 없이 충분한 재정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계속해서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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