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가 '뚜렷한 상승세'…정유·화학·조선업계 이해득실 '촉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제유가가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조선·정유·화학 등 관련 업계는 이해득실을 타진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바이유 60달러선 돌파 #조선 '빵긋' , 정유·화학 '65달러 넘어가면 불리' #전문가들 "60선 돌파해 고착화하진 않을 것" #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11월 둘째 주 현재 배럴당 평균 61.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8월만 해도 50달러를 밑돌았던 유가가 3개월 만에 10달러 이상 급등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업계는 당분간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료:한국석유공사

자료:한국석유공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달 말 정기총회에서 감산 합의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유가를 띄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고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대규모 숙청에 나서면서 중동지역 석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발주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저유가로 몸을 사리던 엑손모빌 등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올해 들어 유가가 손익분기점인 50~55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자 발주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유가가 안정적으로 오르는 추세라면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에 2010~2015년 수주 실적의 80% 정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제조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골리앗(Goliat)' 모습. 해양플랜트에서 뽑아낸 원유를 정제하고 정비한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제조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골리앗(Goliat)' 모습. 해양플랜트에서 뽑아낸 원유를 정제하고 정비한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정유사들도 유가가 오르면 미리 사 놓은 원유의 재고 가치가 올라 실적이 좋아진다. 문제는 정제 마진이다. 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원재료인 원유 가격 상승 폭이 석유제품 가격보다 커져 마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유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정제마진이 줄고 사람들이 자가용 이용을 줄이는 등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4.1원 오른 ℓ당 1512.1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4.1원 오른 ℓ당 1512.1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정제마진이 중요하기는 화학업체들도 마찬가지다. LG화학·롯데케미칼 등 국내 화학사들은 석유(나프타)에서 화학제품의 원료인 에틸렌을 가공한다. 국제유가가 60~65달러를 넘으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유가가 오른다고 무조건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고, 화학제품 자체가 경기가 좋아진다고 빠르게 수요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65~70달러까지 간다면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막대한 항공유를 사들이는 항공업계는 유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약 37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항공업체 관계자는 “유가 리스크에 대비해 헤지를 하고 있고 유류 할증료를 올리면 손실이 희석되겠지만, 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60달러 선을 돌파하는 기조가 굳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대치를 돌파한 데다 OPEC도 장기적으로는 감산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13일 “올해 말 기점으로 브렌트유가 58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내년 이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OPEC”이라며 “OPEC은 석유 시장 점유율이 떨어져 재정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오는 30일 회의에서 대체로 감산에 동의하더라도 내년 4월쯤부터는 지속해서 생산량을 늘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