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장 "지방정부 심판" 손학규 지사 "너나 잘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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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이 지방선거 구호로 함께 내세운 양극화 해소에 대해서도 "입으로 외쳐서 해결될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입으로 외치는 자들은 심리적인 양극화만 부추긴다"며 "양극화 강조 논리엔 국민을 분열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음모가 숨어 있다"고 비난했다.

손 지사 진영에선 '한나라당 10년 지방정권의 무능'이라는 정 의장의 주장까지 문제삼았다. 한 측근은 "그럼 직전 경기도지사였던 임창열씨와 직전 서울시장이었던 고건씨가 한나라당 소속이었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심대평 충남지사도 비난에 가세했다. 그는 국민중심당 공동대표다. 심 지사는 지방정권 심판론에 대해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자체를 못한 가운데 나온 망언"이라고 했다. 그는 "이는 정국 난맥상과 실정을 지자체의 부정부패로 호도하려는 전략"으로 "선거를 지방과 중앙의 논리로 호도하면서 흑백선거로 만들려는 획책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이 부패한 지방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오자 현역 야당 지자체장들이 역공에 나선 형국이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이날도 '부패한 지방정권을 심판하자'는 공세를 이어갔다. 두 라디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지자체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4억 달러에 달하는 혈세가 날아갔다"며 "지자체가 썩고 있는데 감시.감독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야권과 각을 세웠다. '4100여억원에 달하는 혈세가 날아가고 300명에 가까운 공무원이 고발되거나 인사조치됐는데 어떻게 이를 그냥 보고만 있는가'라는 논리를 강조했다.

정 의장과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전략은 한나라당이 대다수를 장악한 지자체들의 무능.부패를 이슈화해 '바꿔 보자'는 여론을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의 지지율 구도론 승리가 어려우니 '부패 지자체' 대 '교체될 열린우리당 후보'라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주장한 뒤 인물 영입 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에 정치적 운명을 건 정 의장으로선 현직 단체장의 반발이나 야권과의 타협 등의 모양새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은 야권과 현직 단체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강행할 태세다. 5월 31일 선거 전까지 전국을 누비며 곳곳에서 부패한 지방정권 교체론을 부각할 계획도 잡아놓은 상태다.

채병건.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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