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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적통' 내걸고 친정 체제 다지는 홍준표 1석2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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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권이 추진하는 적폐 청산을 ‘조선시대 망나니 칼춤’에 비유하며 맹비난했다.
홍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미래를 열어달라는 국민적 여망은 뒤로 하고 완장부대가 나서서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는 그런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대표는 “최고위와 상의해서 건국시대의 상징 이승만, 조국 근대화 박정희, 민주화 상징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에 걸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1월 10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1월 10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에 걸어두고 있지만 한국당은 보수정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두지 않고 있다. 전신인 새누리당과 한나라당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당 관계자는 “각 대통령이 물러날 무렵 국민 감정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제 시간이 지난만큼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전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장한 ‘정치 보복론’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6개월간 적폐 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 풀이냐, 정치 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반발에도 ‘보수 통합’을 내세워 바른정당 탈당파를 적극 영입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홍 대표의 입장에서는  보수층 결집에 나서 당 내분을 수습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비박계 의원은 “청와대와 여권에 대해 맞서는 보수 결집 국면이 무르익을수록 바른정당보다 세력이 큰 한국당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며 “진보 대 보수의 대결 구도로 본격 재편되면 당내 반발 목소리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홍 대표는 이날 강효상 비서실장, 장제원 대변인, 이주영 인재영입위원장 등을 임명하며 일부 당직을 개편했다.
초선의 대변인 출신인 강 의원은 친홍계로 분류된다. 재선인 장 의원은 지난 5월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복당파다. 또 5선인 이 의원은 친박계 중진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등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무성 의원과도 가깝다는 평이다.
당내에선 친홍ㆍ복당파ㆍ친박 등 한국당 내 3대 세력을 안배하면서도 홍 대표의 친정 체제 안착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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