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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유럽노선 없이 첫 300만 돌파, 대구공항 쾌속비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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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구공항이 196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지난 10일 연 이용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12일 오후 대구공항은 탑승 수속을 밟는 이용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공항이 196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지난 10일 연 이용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12일 오후 대구공항은 탑승 수속을 밟는 이용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0일 오후 3시 대구국제공항 2층 여객터미널.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온 다카하시 에이코(高橋英子·62)가 모습을 드러내자 대구시 관계자가 꽃다발을 건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구시와 한국공항공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박수를 쳤다. 올해 들어 대구공항을 찾은 300만 번째 이용객이어서다.

시설사용료 50% 할인 등 인센티브 #티웨이 등 저비용항공 입주 잇따라 #국제노선 15개, 5년 새 5배로 증가 #편의시설·리무진 늘려 … 흑자 행진

대구공항이 연 이용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1961년 개항 이후 처음이다. 미주·유럽 노선이 없고, 유명 관광지 직항 노선이 인천·김해공항에 비해 적은 지방공항이 이뤄낸 실적으론 이례적이다. 인천공항을 별도로 하고 국내에는 김해·제주 등 14개 지방공항이 있다. 이용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대구공항은 김포·김해·제주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방 공항이 됐다.

61년 4월 개항한 대구공항은 2004년 최대 위기를 맞았다. KTX 개통으로 이용객이 감소하면서다. 2007년엔 대구공항의 주력 노선이던 대구~김포 노선까지 폐지됐다. 2009년 연 이용객은 102만 명까지 떨어졌다. 2002년 이용객이 227만 명을 기록할 만큼 ‘잘나가던’ 대구공항의 몰락이었다.

점점 늘어나는 대구공항 이용객

점점 늘어나는 대구공항 이용객

대구시와 한국공항공사는 공항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먼저 국제선 늘리기를 해법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저비용 항공사 유치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항공사를 움직이게 할 ‘당근’이 필요했다. 2012년 시는 대구공항 취항 항공사에 대한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대구국제공항 활성화 지원 조례’다. 국제선 신규 노선 취항 항공사에 대해 손실액의 일부를 파격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도 신규 취항 항공사에 대해 착륙료·정류료·조명료 등 시설사용료를 50% 이상 일정 기간 면제하기로 했다.

대구공항은 공군과 활주로를 같이 쓰는 민군 겸용 공항이다. 공항 활성화에 공군도 나섰다. 2014년 인근 지역 주민의 협조를 얻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는 야간운항통제 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로 바꿨다. 김승태 대구시 공항정책과 담당자는 “타이베이 등 현재 대구공항의 주력 국제노선이 이 시간대에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시설 투자도 이어졌다. 편의점 등 식음료 판매시설을 늘리고 관광종합안내소, 리무진 버스 운행 등 편의시설을 만들었다.

효과가 나타났다. 먼저 항공사들이 움직였다. 2014년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대구공항에 들어왔다. 2016년 에어부산과 타이거에어가 추가로 들어왔다. 2012년 이전에는 중국 상하이(上海)를 포함해 3개 노선에 불과했던 국제노선이 10월 말 현재 오사카, 괌, 홍콩 등 15개 노선(주 238편)으로 늘었다.

공항은 되살아났다. 일본 등지를 가는 관광객이 대구공항을 출발지로 삼아 찾았다. 공항 이용객은 2013년 108만 명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253만 명을 기록했고 지난 10일 300만 명을 넘어섰다. 연말까지는 3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객이 늘면서 지난해 9억원에 이어 올해도 60억원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KTX에 밀려 썰렁하기만 하던 지방공항의 ‘반란’인 셈이다. 대구경북연구원 오창균 미래전략연구실장은 “국제선 늘리기, 자치단체의 파격적 지원, 고객 편의시설 확대 등 대구공항의 공항 살리기 실험을 다른 지방공항도 벤치마킹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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