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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검찰 수사 불가피하지만 검찰 동원 부패 해결, 자체가 적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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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호 07면

검사 출신 금태섭 의원이 본 검찰개혁과 적폐 수사

최승식 기자

최승식 기자

적폐 수사와 검찰개혁은 양립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며 강력한 검찰개혁을 예고했다. 그런 현 정부에서 검찰이 대대적인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전체 검사 인력 40%를 총 19건의 적폐 수사에 투입하면서 검찰의 과도한 권한과 힘을 줄이기 위한 개혁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서초동 법조타운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명운을 쥔 중요 수사를 도맡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힘을 빼는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중앙SUNDAY는 이에 대한 여권 내부 시각을 듣기 위해 금태섭(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지난 9월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직을 맡고 있는 금 의원은 여권 내 대표적인 검찰 개혁론자다. 검찰에 몸담고 있던 2006년 한 일간지에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란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검찰 기소’ 이상적이지만 #탄핵 상황 신속히 정리하려는 정부 #검찰에 수사 맡기는 어려움 있을 것 #전 정부서 검사 출신이 가장 전횡 #검찰 과도한 권한 분산·견제해야

적폐 수사를 지속하면서 검찰개혁이 가능할까.
“적폐청산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탄핵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것은 일반 개인 비리를 넘어 구조적 부패를 가능하게 한 제도적 문제가 그 안에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후임 정권이 대통령 파면에까지 이른 헌법적 위기상황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그런 의미에서 적폐청산 및 수사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그런데 검찰이 이를 전담하고 있다.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상적으론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수사 지휘 및 기소하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하는 게 불필요한 오해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수사를 검찰이 전담해 왔다. 탄핵이라는 이례적 상황을 신속히 정리해야 할 정부 입장에선 검찰에 수사를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경찰엔 적폐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
“적폐청산 사건 중 일부라도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지휘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나중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할 때도 명분이 생긴다. 그런 방향으로 계속 의견 개진을 하고 있다. 신속함을 요하지 않는 적폐 수사는 경찰에 맡겨 새로운 수사 모델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의 무리한 특수수사 관행도 여전하다.
“수사기관이 스스로 자정하고 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사하는 사람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정열을 가지고 수사하고 추궁할 땐 강하게 추궁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적법절차를 어길 수도 있고 편향적 수사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이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마찬가지다. 수사의 본질적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도입한 게 검찰 제도다.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인권침해, 과잉수사를 제3자적 입장에서 막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검찰이 중요 수사를 직접 한다. 객관적으로 자제할 수가 없다. 경찰이 검찰 지휘를 받지 않고 단독으로 수사하는 상황을 상상해 봐라. 우려가 크지 않나. 지금의 검찰 특수수사가 그런 셈이다. 검찰이 경찰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검사 역할을 할 사람이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법적으로만 봤을 때 세계 각국의 검찰이 수사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서울중앙지검에 검사가 250명씩 앉아서 수사하지는 않는다. 아주 제한적으로 경찰이 수사하기 어려운 ‘경찰비리’ 같은 사건만 소수 인력으로 직접 수사한다. 우리 특수부 검사들이 하는 수사를 미국에선 경찰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한다.”
경찰 수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가 지금 체제에 너무 익숙해서 그렇다.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전 세계 각국에서 중요 수사는 다 경찰이 하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적폐청산 같은 복잡한 사건을 다 경찰에서 한다. 그 나라들에선 검찰개혁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게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찰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우리 사회 부정부패 문제를 검찰을 동원해 해결하려 하는 것 자체가 제도적인 적폐다. 박근혜 정부 때도 가장 전횡한 게 검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들 아닌가. 국정원에 가서 증거 조작도 하고 청와대에 가서 국정 농단도 하며 수사를 통해 국가를 좌지우지했다. 중요한 건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같은 사람이 전횡할 수 있게 설계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검찰에 주어진 과도한 권한들을 분산하고 견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검찰개혁은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현재 국회에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 등이 제출돼 있다. 정부에서도 쟁점에 대해 의견을 밝힌 상태로 기초적인 설계도는 나왔다고 보면 된다. 법안 통과는 시일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대통령령으로 검찰 내부를 바꾸는 작업을 먼저 할 수 있게 법무부에 계속 의견을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세계에서 가장 큰 특수부가 존재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 아닌가. 우리나라가 치안이 그렇게 나쁜 나라도 아닌데 말이다. 인지수사를 하는 특수부를 줄이고 민생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부를 늘리는 방향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구속제도도 말이 많다.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불구속 수사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구속한다. 구속됐다고 유죄라 보면 안 되고 불구속됐다고 무죄라 보면 안 되는 이유다. 최근 구속영장 기각을 가지고 담당 법관의 신상을 털고 비난을 퍼붓는 일이 빈번하다. 구속을 형벌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검찰도 영장이 기각됐다고 공개적으로 의견 내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지양하고 법원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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