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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질 자국에 새움 돋으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무엇 하나 제대로 소득도 없이 반생이 훨씬 넘어갔다. 불빛 돋우면서 뿌옇게 한밤을 온통 지새운 날은 새벽 먼 하늘이 내려앉고 있었다.
강물은 바다에 이르러 큰 바다가 된다. 바다에 이르기까지의 쉼 없는 흐름, 그 흐름이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영혼의 파편처럼 숱하게 쏟아져 뒹굴었던 가엾은 언어들, 지금은 어느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지 무척 안타깝다. 당선소식을 전해들은 날, 붉게 물든 놀빛을 바라보았다. 황홀한 축복이었다.
붓을 드는 손마디가 몹시 아려온다. 이후 언제인가 깊은 사유의 시간으로 빠져 들어가 미련 없이 마음도, 빈손도 놓아 버리리라.
몸에 내러진 무거운 채찍질 자국, 그 자국마다 선혈 붉은 새움이 돋아 꽃피는 봄날이 되리라 믿는다. 그 날은 종일 호일이 되는 날이다.
설익은 과일의 칙칙한 맛과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미완의 작품에 큰 영광을 안겨주신 박재삼·이근배 두분 심사위원 선생님께 눈물 지우지 못한 채로 감사 올리며, 곁에서 이끌어주신 여러 어른님께 온몸 바쳐 인사드린다.

<부산시 동래구 연산4동1113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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