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구기엔 예외없이 스카웃 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올 한햇동안 스포츠계는 잇단 스카우트파동에다 대표선수의 훈련이탈·그라운드 폭력사태등으로 얼룩졌다.
경기장질서가 전보다 많이 잡히긴 했으나 심판판정불복·심판보이코트 소동이 계속됐으며 스카우트분규가 팀해체와 경기단체장 사퇴로 이어지는등 후유증을 남겼다.
그런가하면 6월 시위, 노사분규의 소용돌이속에 국제경기가 중단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사건으로 본 87년 국내스포츠를 정리해보면….

<현대축구팀해체 철회>
○…2년을 끌어온 김종부 (김종부·22)쟁탈전은 결국 현대팀의 해체선언과 최순영 (최순영) 축구협회장의 사퇴등으로 비학, 체육계를 한바탕 뒤흔들어 놓은 끝에 가까스로 일단락됐다.
지난해4월 현대와의 가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우행을 선언함으로써 야기된 김종부스캔들은 그동안 고려대-협회, 대우-현대, 협회-현대, 원로 축구인-소장파축구인간의 이전투구식 충돌을 거치며 눈덩이처럼 부풀어났다.
현대팀의 해체결정 철회를 위해 김의 제3구단 이적에 동의한 대우는 김을 포철구단에 입단시키기로 했으며, 김이 끝내 이를 거부할 경우 임의탈퇴선수로 공시하는등 강권을 발동할 계획이다.

<최루가스로 경기중단>
○…올 한햇동안 축구계만큼 극심한 풍파와 시련을 겪은 곳은 드물다.
축구계를 강타한 최대의 사건은 현대프로팀의 해체선언.
협회가 지난11월 이사회에서 9월에 개정된 선수등록규정을 금년에 한해 소급적용이 가능토록 결정, 김종부의 대우선수등록 길을 열어주자 현대가 이에 반발, 자폭선언을 한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최순영 (최순영) 회장이 사퇴했으며, 일선축구감독들이 협회행정의 쇄신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축구계는 이에앞서 민주화투쟁이 한창 열기를 뿜던 6월,「시국사태」의 가장큰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기간중 한국-이집트경기 (마산)가 최루가스와 관중들의 동요로 경기도중 취소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협회는 장소선택의 잘못과 장내 질서유지노력의 소홀때문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또 한불친선축구 포철-메츠팀의 서울경기도 시외사태를 우려한 치안당국의경기장 (동대문구장) 사용불허로 잠실주경기장에서 보도진과 관중도 없이 쥐도새도 모르게 치러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배구 신영철 미아신세>
○…배구에서의 스카웃 파문은 경기대 신영철 (신영철) 과 한양대 이재필 (이재필)이 대표적 케이스.
신은 실업행을 둘러싸고 지나친 스카웃비를 요구, 현대자동차서비스·고려증권·금성등 3개실업팀이 스카웃포기를 결의해 갈곳을 잃고 말았다. 이들 실업팀은 건전한 스카웃 풍토개선을 위해 이같은 결의를 한것이다.
내년 한양대를 졸업하는 이는 연고권이 있는 금성을 포기하고 고려증권을 택해 금성측으로부터 법원에 제소되는등 물의를 빚고있다.

<하미숙 계속방황>
○…2년8개월을 끌어온 여자실업농구의 하미숙 (하미숙·20)스카웃파동은 올해도 완전한 매듭을 짓지 못한채 해를 넘기게 됐다.
하미숙은 삼천포여종고3년때인 지난85년 현대·코오롱과의 2중계약으로 물의를 일으켜 협회로부터 2년6개월간의 선수자격정지의 징계를 받아오다 지난9월 징계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하미숙은 지난28일 실시된 내년도 여고졸업선수 드래프트 추첨에서 코오롱에 지명되자 이에 반발, 코오롱행을 거부하고있어 거취가 주목된다.

<탁구선 홍차옥파문>
○…여자탁구 톱스타인 현정화 (현정화·부산계성여상)와 홍차옥(홍차옥·대구경일여고)으로 인해 스카웃 무풍지대였던 탁구계도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현은 제일모직-부산코카콜라-한국화장품의 3파전끝에 결국 최고의 대우(1억5천만원추정) 를 약속한 한국화장품으로 입단을 결정.
또 홍은 제일모직과 한국화장품 사이를 4차례나 탁구공처럼 왔다갔다하며 재주를 피운끝에 한국화장품으로 진로를 정했다.

<씨름변신 이민우곤욕>
○…「아시아의 역사」이민우 (이민우) 가 프로씨름선수로 변신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86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이는 지난3월 태릉선수촌을 이탈, 전격적으로 프로씨름단인 삼익가구에 입단해 김동수 (김동수) 씨름협회장이 물러나는 결과를 낳았다. 역도연맹에서 제명까지 당해 설땅을 잃었던 이는 징계가 풀리면서 6개월만에 다시 삼익가구 씨름선수로 입단, 천하장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입촌거부 농성까지>
○…유도계에서는 하형주(하형주) 이쾌화 (이부화)등 국가대표 18명이 「코칭스태프의 교체」 「인격적인 대우보장」등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태릉훈련원 입촌을 거부, 농성을 벌인 사건으로 물의가 빚어졌다.
특히 단순가담자에 불과했던 세계대회금메달리스트 김재엽 (금재엽) 은 이 사건으로 인해 연말 각종 체육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음에도 심사에서 탈락되는 불운을 맛보아야했다.

<부산구장이 가장많아>
○…프로야구는 올해도「그라운드 폭력」으로 얼룩졌다. 올시즌 발생한 그라운드 폭력건수는 모두 42건으로 지난해보다 12건이나 늘었다.
구강별로는 부산사직구장이 13건으로 가장많고 인천(9) 잠실 (7) 대구(5) 대전(4) 광주(3) 전주(1) 의순.
지난 9월12일 롯데-OB 후기 6차전에서 홈팀 롯데가 4-0으로 완패하자 흥분한 관중 3백여명이 2시간이나 항의농성을 벌였고 이중 30여명은 입구의 대형유리문을 깨뜨리는 소동을 빚는등 가장 규모가 큰 사고로 꼽힌다.
한편 MBC 김건우 (김건우)는 플레이오프 고지를 목전에 두고 양팔이 부러지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농구심판들 경기거부>
○…87남자실업농구 코리안리그에서는 심판들이 심판진 간부의 사퇴와 관련, 경기배정을 집단 보이콧하는 사건이 있었다.
농구심판들은 조병길 (조병길) 심판이사가 심판들의 비리와 관련해 협회로부터 사표가 수리되자 이같은 말썽을 빚었다.
그런가하면 국민은행은 지난5월 전국종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대진표 추첨까지 했으나 임영보 (임영보) 감독이 전격적으로 SKC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경기에 불참, 말썽을 야기했다.
이와 관련, 여자실업연맹은 국민은행에 대해 해외원정금지와 대회 입장권 2천장 (3백만원상당) 을 구입하라는 어이없는 징계를 내리기도.

<씨름협 2달째 공백>
○…대한씨름협회는 고원준 (고원준) 회장이 지난11월 사퇴의사를 밝힌후 두달째 행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씨름협회는 지난4일 이사회에서 고회장의 사퇴철회를 만장일치로 의결했으나 고회장은 계속 사퇴의사를 꺾지 않고 있어 민속씨름위원회와 씨름협회의 행정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