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성현, 내 골프장에서 우승” 한국 칭찬 바빴던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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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의원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박종근 기자]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의원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박종근 기자]

“우리는 강하고 방심하지 않습니다. 눈은 북한에 고정돼 있고 가슴은 모든 한국인이 자유롭게 살 그날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295명 기립박수 받은 국회 연설 #“US 여자오픈 1~4위 모두 한국 출신” #두 손 위로 들어 의원들 박수 유도 #“63빌딩·롯데월드타워 멋진 건축물” #세세한 표현으로 한국 번영 묘사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끝나자 295명의 의원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좌우를 둘러보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어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고 집게손가락을 들어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원을 그리기도 했다. 홈런을 친 야구선수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려한 제스처로 연설을 장식했다. 연설 중간 “US 여자 오픈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한국 출신”이라는 말에 의원들의 박수가 나오자 두 손을 위로 올리며 더 큰 박수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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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당초 20여 분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전 11시24분부터 59분까지 35분 동안 이뤄졌다. 박수는 마지막 기립박수를 포함해 총 18번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한국 경제 규모는 1960년과 비교해 350배에 이르고… 한국 작가들은 연간 약 4만 권의 책을 저술하고 있다. 한국 음악가들은 전 세계 콘서트장을 메우고 있다”며 “한국이 너무나 성공적인 국가로 성장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는 63빌딩이나 롯데월드타워 같은 멋진 건축물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대단한 일”이라고도 했다.

의원들과 함께 손뼉을 치는 모습. [박종근 기자]

의원들과 함께 손뼉을 치는 모습. [박종근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광’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연설에서 골프를 소재로 한국의 번영을 재치 있게 언급했다. 그는 “올해 US오픈이 뉴저지에 있는 트럼프골프클럽에서 열렸다. 여기서 승리한 선수가 한국의 훌륭한 프로골퍼인 박성현씨”라고 말해 의원들의 웃음과 큰 박수를 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달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변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힘의 시대다.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강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연설을 끊고 박수를 쳤다. 이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정의당 의원들은 연설 내내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민중당 김종훈·윤종오 의원은 연설이 끝나고 나갈 때 “No War No Trump”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연설 시작 전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 즉각 석방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끌려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방명록에 “‘한국’과 함께여서 대단히 영광이다. 감사하다(A great honor to be with you,"Korea”. Thank you)”고 썼다. Korea라는 단어에 특별히 큰따옴표를 붙였다. 국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가 서명한 후 다시 펜을 달라 하더니 Korea에 큰따옴표를 써넣었다”고 전했다.

연설을 마치고 나가던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악수를 한 이는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이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하며 10초간 대화를 나눴다. 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로켓 베이비(Rocket Baby·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를 거물로 만들지 마세요. 우리 함께 그를 날려버립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 의원이 로켓 베이비라고 지칭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은 ‘로켓맨(Rocket Man)’이라는 별명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은 연설 전 환영사에서 “아름다움과 지혜를 겸비하신 멜라니아 여사님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에게 자리에서 일어서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자 멜라니아 여사가 미소를 띠며 일어났고 의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후 현충원에서 헌화하고 참배했다.

박성훈·유성운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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