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교회 총기난사는 장모를 노린 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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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교회내에서 총기를 난사해 26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총격범의 범행동기는 가정문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텍사스주 "가정문제로 26명 목숨 앗아가 " #2012년 전처의 아이를 폭행,두개골 골절 #지난 6월 워터파크에서도 해고, 분노폭발

미국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의 침례교회 총격범인 데빈 패트릭 켈리(26)는 자신의 장모가 다니던 교회를 노려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 [AP=연합뉴스]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 [AP=연합뉴스]

텍사스주 공공안전국의 프리먼 마틴 국장은 CNN 방송에 “켈리에게는 가정문제가 있었으며, 그의 장모가 다니던 교회를 목표로 삼았다”면서 “켈리의 장모 또한 그에게서 여러 통의 위협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켈리의 장모는 사건 당일 교회에 오지 않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결국 켈리는 장모가 교회에 갔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무차별 사격을 해 애꿎은 동네주민들이 희생된 셈이다. 사망자 가운데에는 생후 18개월도 포함됐다고 주 경찰은 밝혔다.

텍사스주 수사당국이 사건현장인 침례교회 앞에 걸린 성조기를 조기로 바꿔달고 있다. [AP=연합뉴스]

텍사스주 수사당국이 사건현장인 침례교회 앞에 걸린 성조기를 조기로 바꿔달고 있다. [AP=연합뉴스]

켈리는 2014년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전에도 한번 이상 결혼했다가 이혼한 적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2010년부터 뉴멕시코주 홀로먼 공군기지에서 군수지원병으로 복무했던 켈리는 2012년 전처와 아이를 폭행했다가 군사재판에 회부돼 2014년 불명예 제대한 기록을 남겼다. 당시 군복무를 같이 한 돈 크리스텐슨은 “아내가 결혼전에 낳은 아기를 폭행해 두개골 골절을 일으켰다”고 증언했다. 켈리는 이 때문에 12개월 징역형을 살았다.

CNN 등에 따르면 켈리는 지난 6월 야간경비를 서던 워터파크에서 해고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망친 외부요인으로 장모를 지목하고, 장모에 대한 분노를 키워온 것으로 분석됐다.

켈리는 총기를 난사하고 교회 건물에서 나온 뒤 이를 보고 대응 사격한 주민 조니 랑겐도르프의 총에 맞았다고 주 당국은 밝혔다. 몸싸움 끝에 총을 놓친 뒤 자신의 차를 몰고 도망쳤다. 랑겐도르프의 추격으로 시속 150㎞를 넘게 달리다 차의 중심을 잃고 멈춰섰다. 켈리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었다고 주 당국은 설명했다.

데빈 켈리와 총격전을 벌이고 추격한 마을 주민 조니 랑겐도르프. [AP=연합뉴스]

데빈 켈리와 총격전을 벌이고 추격한 마을 주민 조니 랑겐도르프. [AP=연합뉴스]

미 수사당국은 켈리가 조직화한 테러단체와 연계된 것으로 볼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총기면허를 소지하지 않고 있었지만 사설경비 면허는 갖고있었다고 덧붙였다.

켈리를 알던 친구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친구 패트릭 보이스는 ”그는 내가 만난 첫 무신론자였다“며 ”(총격)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이가 하나인가 둘 있었는데 그런 짓을 할 거라 믿지 못했다. 조용하고 풀이 죽어 있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수사당국이 사건현장인 침례교회 앞에 걸린 성조기를 조기로 바꿔달고 있다. [AP=연합뉴스]

텍사스주 수사당국이 사건현장인 침례교회 앞에 걸린 성조기를 조기로 바꿔달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다른 친구는 켈리가 매사에 부정적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였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에는 켈리가 기이한 면모를 보였다는 지인들의 전언도 올라왔다. 최근에 범행에 사용한 총과 유사한 AR 계열 소총을 페이스북의 대문 사진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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