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주식부자 아이에게도 아동수당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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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검찰의 ‘적폐 수사’로 놀랄 만한 일들이 드러나고 있다. 분노와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다 적폐는 아니다. 복지 정책은 평가할 만한 게 적지 않다.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소득 하위 70%까지 제한한 게 대표적이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가 과감히 수정했다.

한국은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게 맞지만,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80%로 늘리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없던 일로 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문 대통령이 기초연금 20만원을 25만·30만원으로 올릴 수 있는 것도 전 정부의 ‘70% 복지’ 덕을 안 봤다고 할 수 없다.

국회에서 내년 예산·법률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7대 퍼주기’의 하나로 아동수당을 꼽았다. 아동수당은 내년 7월 0~5세를 둔 모든 가정에 월 10만원씩 지급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동수당법안을 발의하자 시큰둥했다. 출산 장려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가정양육수당과 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아동 양육 부담을 덜어주려면 필요하다”며 적극적이다.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11/7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11/7

아동수당은 출산 장려보다 아동복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통한다. 최근 방한한 독일 외교부 마리아 베링거 소장은 “아동수당은 출산 장려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며 “부모수당(육아휴직급여)이나 일·가정의 양립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아동수당이 복지수당이라면 ‘70% 복지’를 적용하는 게 어떨까. 5세 이하 아동 1만610명이 1818억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 10세 미만 임대주택사업자가 216명이라고 한다. 이런 애까지 줘야 할까. 상위 30% 지급분을 차라리 하위 30%에게 더 지원하는 게 아동복지에 이롭다.

앞으로 선거를 치르면 누군가가 0~5세를 12세로, 10만원을 15만원으로 올리려 들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알차게 시작해야 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영국 왕자도 다 받았다”고 국정감사에서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발간 ‘국제 사회보장 리뷰’ 최근호에 따르면 영국도 2015년에 연 소득 5000파운드(약 7290만원) 이상은 아동수당과 세제 혜택 중에 선택하거나 이들 대상에서 제외한 사실을 참고했으면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