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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검사 지인 “너희들이 죽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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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변창훈 검사

변창훈 검사

변창훈(48) 서울고검 검사(차장검사급)의 투신 소식은 6일 오후 2시30분쯤 검찰에 알려졌다. 그와 함께 근무해 온 검사는 “믿을 수가 없다. 눈물이 계속 난다”며 비통해했다. 변 검사와 마찬가지로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은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압수수색부터 조사까지 일일이 보도되도록 한 게 누구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수사 놓고 특수·공안라인 마찰 기류 #영장 청구 때부터 검찰 내부 동요 #동료 “명령 따라 국정원에 갔는데 #싸잡아 적폐 모는 건 온당치 않아”

검찰 내부의 동요 조짐은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부터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사팀이 변 검사를 포함한 3명의 국정원 파견 검사에 대한 사법 처리 수위를 놓고 고민할 때 “장호중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만 구속 수사를 하고 나머지 두 검사는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장 검사장은 당시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등 사건을 적극 은폐한 혐의를 받는 데 반해 변 검사와 이제영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수사 단계가 아니라 법원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을 ‘코치’한 혐의를 받고 있어 경중을 가려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검찰 일각에서는 “명령에 따라 국정원에 갔는데 싸잡아 적폐로 모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말까지 나왔다. 변 검사는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국정원 직원들에게 법률적 조언 정도를 했을 뿐 불법행위에 가담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국정원 직원들이 계속 구속되는 상황에서 파견 검사 중 1명에게만 영장을 청구하면 ‘검찰 감싸기’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적폐청산’ 수사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수사팀 보고를 받은 검찰 수뇌부는 ‘한 번에 다 청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6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변창훈 검사의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변 검사는 이날 투신해 숨졌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6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변창훈 검사의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변 검사는 이날 투신해 숨졌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8시쯤 문무일 검찰총장은 빈소에 와 눈물을 흘리며 조문했다. 그 즈음에 빈소 한켠에서 "너희들이 죽였다”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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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과 이진한 2차장을 중심으로 한 공안부 검사와 윤석열 수사팀장 등 특수부 검사들이 함께 섞여 수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수사방식을 놓고 양측이 충돌했다. 이후 윤 팀장을 비롯한 특수부 검사들이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윤 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고, 그와 가까운 특수부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현재 국정원 수사 책임자인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도 특수부에서 오래 일해 온 검사다. 검사들 사이에선 “변 검사 등이 정통 공안검사였던 것도 수사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편 변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보는 검사들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를 방해하거나 재판에 위증을 교사하는 등의 혐의는 검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범죄다. 이번 일로 수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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