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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버린 제주공항 면세점, 롯데·신라·신세계가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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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5점 만점에 3점.’ 6일 마감된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을 두고 업계가 내린 ‘흥행지수’다.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이날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세 곳으로 확인됐다.

사드 해빙 무드에 뜨거워진 입찰전 #매출 연동 임대료 방식으로 바뀌어 #비용 부담 줄고 유커 증가 기대감

지난달 20일 설명회에 12개 업체가 참여한 것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업계에서는 대기업 계열이 모두 참여했기 때문에 관심이 식은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SM·두타면세점 등 중견업체가 참여하지 않은 것은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빠져나온 한화갤러리아에 대한 학습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또 이번 입찰도 메이저 3사의 격돌로 끝나게 되자 앞으로 면세점 사업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제주공항 전체 면세점 매출은 연평균 700억원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3사가 모두 뛰어든 이유는 최근 업계를 둘러싼 기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단 ‘보릿고개는 넘겼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지난달 31일 한·중 양국이 ‘관계 개선 방안’을 발표한 후 중국 당국의 한한령(限韓令)이 해빙 무드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유통팀장은 “면세점업계가 3분기를 기준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유커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매출은 크지 줄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며 “국내 면세점이 동북아 3국 중 고가의 화장품 특히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여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공항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임대료 지급 방식을 정액제가 아닌 영업요율 방식으로 바꿨다. 기본 임대료에 매출 연동 임대료를 더한 방식으로, 최소 입찰가액을 매출의 20.4%로 책정했다. 면세점 매출이 떨어지면 임대료도 그만큼 내려간다.

사실 한화갤러리아가 특허권을 반납한 이유도 정액제 방식의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지난해 월 50억~60억원가량 하던 매출이 지난 3월 한한령 이후 중국 단체여행객(游客·유커)이 급감하면서 17억원까지 내려갔다. 반면 임대료는 월 20억원으로 고정돼 있어 ‘월세도 못 버는 면세점’으로 전락했다.

업계는 3개 면세점이 써낸 입찰가격을 매출액 기준 30~35% 선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정액제 방식으로 계약을 한 공항 면세점의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한령이 풀려 연 매출이 지난해 수준인 700억원으로 올라갈 것으로 가정하면 임대료는 약 240억원이다. 이는 한화갤러리아가 지난해 낸 임대료와 비슷하다.

입찰가격이 40% 가까이 치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롯데·신라의 경우, 정률제로 실시하는 첫 번째 입찰이라는 상징성에다 제주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해 ‘베팅’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시내와 공항을 같이 운영하면 구매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판촉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내·공항면세점이 출혈 경쟁을 하기 마련인데 이를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신라는 2015년 제주 시내면세점에 이어 다시 붙었다. 신라는 이날 가장 먼저 입찰가액을 써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간 이부진 사장이 직접 나서 ‘맛있는 제주만들기’ 등 사회공헌활동에 공을 들인 점이 가점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롯데는 현재 인천공항면세점 임대료를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점, 신세계는 2015년 김해공항 면세점 특허를 중도에 반납한 것이 걸림돌로 남는다.

공항공사가 진행하는 1차 심사의 기준은 총 500점 중 400점이 입찰가격이며, 나머지 100점은 운영 능력 등을 본다. 공항공사가 2개 후보를 정한 이후 관세청이 다시 2차 심사를 진행해 연말까지 최종 사업자를 정한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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