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회연설 앞두고 민중당 “박수만 쳐줄 수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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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가 6일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따뜻하게 맞아줄 것을 당부하셨지만, 저희는 트럼프의 연설을 그저 듣고 박수만 쳐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쓴 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유엔 총회에서도 북한 완전 파괴를 말하며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 천명 등으로 전 세계의 비판과 우려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훈 상임대표, 6일 동료 의원들에게 편지 #“서울서 북한에 적대적 메시지 던지는 건 전쟁위협”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 [연합뉴스]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한 우려다. 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언론에게도 ‘깡패 두목의 연설’이라는 비난을 받았다”며 “트럼프가 혹시나 거친 말을 하지 않을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데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심각한 상처이자 모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워싱턴이나 뉴욕이 아닌 서울에서 북한을 향해 적대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그야말로 최전방에서 북한을 향한 전쟁위협 행위”라며 “우리는 대한민국 국회를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전쟁위협 정치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상황을 이유로 무기강매와 통상압력, 방위비 분담금 증액인데 이는 평등한 동맹국의 요구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를 방문해 연설하는 건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오는 8일 국회를 찾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우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라 정치권 일각에선 민중당의 돌발행동을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김 대표가 편지에서 “우리 국회의원들이 결코 박수치는 태도로 연설을 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연설장에서 민중당 의원분들이 트럼프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나 손팻말을 내걸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그 이상의 위험행위를 하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오후 김창한 공동 상임대표를 비롯한 민중당 대표단은 광주시의회에서 ‘트럼프 연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대표는 “동맹이라는 이름 앞에 참고 박수치는 일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며 “당은 국민의 힘을 믿고 어떤 강대국 앞에서도 자주적인 태도를 취하는 새시대 정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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