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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진 유승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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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전당대회(13일)를 일주일 앞둔 6일, 당내 9명의 의원이 탈당 의사를 밝혔지만 유력한 당권주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담담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통합파 의원들의 탈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통합파 의원들의 탈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남은) 11명의 의원과 당협위원장 가운데 당을 지킨다는 분들, 그리고 당 사무처의 남은 식구들이 최대한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13일 전당대회도 예정대로 치른다.

유 의원은 이어 “작년에 (새누리당에서) 탈당할 때 저는 끝까지 남아 개혁을 해보려고 했고, 지금 탈당하신 분들은 제일 먼저 탈당을 했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적 보수의 길이라는 초심을 지키지 못해 대단히 안타깝고 서운하다”고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통합파 의원들의 탈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통합파 의원들의 탈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당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하나둘씩 그의 곁을 떠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창당 때부터 김무성 의원과는 물과 기름 같았다. 새누리당 시절엔 박근혜 대통령에 맞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찰떡궁합을 보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협상’(김무성)과 ‘신념’(유승민)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철학이 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선 과정에서 유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던 김영우·홍철호 의원들도 떠났다. 이들은 “유 의원이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곤 했다.

‘원조 쇄신파’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과의 거리감도 문제다. 당초 이들은 자강파로 분류되며 유 의원과 함께하곤 했다. 하지만 유 의원이 국민의당과의 통합 움직임에 대해 “햇볕정책과 호남 지역주의를 포기해야 통합 논의가 가능하다”고 하자 간극이 벌어졌다. 남 지사의 경우 유 의원과 회동했으나 간격만 확인했다고 한다. 남 지사는 이후 “배제의 정치만 해서는 독선에 빠질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 지사는 ‘통합전대’와 ‘전대 연기’ 카드로 유 의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정 의원 역시 남 지사 편에 섰다. 이들이 당장 탈당하진 않겠지만 유 의원과의 거리는 회복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정당 당직자는 이와 관련, “5일 의총은 어찌 보면 외롭게 남겨진 유승민의 고립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지상욱 의원은 “어차피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되는 이상, 몇 명 남느냐는 더는 중요한 게 아니다”며 “어설프게 합의할 것이었으면 진작에 (자유한국당과) 합쳤을 거다. 고생, 각오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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