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가까운 이웃"시대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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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의 「다케시타」내각 출범에 이어 한국에서의 노태우체제 탄생을 계기로 양국간에 새로운 관계 정립이 모색되고 있다.「다케시타」수상은 서둘러 「아베」자민당 간사장을 특사로 서울에 파견해 『민주화쪽으로 크게 전진한』한국과 일층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려는 정책의지를 내외에 과시하는 기민성을 발휘했다.
때를 같이해서 민정당의 권익현의원이 한일의원연맹한국측회장의 자격으로 동경에 도착, 노태우총재의 대통령취임식에 「다케시타」수상이 참석하도록 초청했으며 23일부터는 다시 일본측 한일의원연맹회장인「후쿠다」전수상이 여야의원을 인솔해 방한, 노총재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할 예정이다.
「후쿠다」씨에 이어「나카소네」파의 핵심간부로 다음 정권을 노리고 있는「와타나베」당정무조사회장도 서울행을 준비하고 있으며「다케시타」수상과 정권경쟁 라이벌이었던 「미야자와」부수상파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한국에 시큰둥했던 파내 입장을 시정, 대한중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정희대통령시대의 한일 두나라는 정치·경제·외교사에서 되풀이 일어난 유착관계로 양국 국민의 불신의 대상이 되었으며 전두환대통령때는 두나라 수뇌간 상호방문등을 통해 신시대 개막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군사정권내지는 정통성시비로 한국의 외교교섭력 저하를 초래했다.
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자유로운 선거로 선출된 한국의 새 통치자의 대일외교는 어느 때보다 동등한 입장에서 교섭을 요구할 것이며 앞으로 이같은 교섭에 나서는 한국정계관계자들이나 일본의 상대자들도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대통령때는 「대일우호협력」의 명목으로된 각 단체의 장 및 간부들의 상당수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군출신으로 구성되었고 이에 대응하는 일본단체는 「선명성」또는「중립성」을 내세우는 일부 그룹의 기피로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이루지 못했으며 결국 양국간 구성원의 불균형으로 현안문제토의가 겉돌았다고 다른관계자는 주장했다.
한일의원연맹이나 한일협력위원회 또는 한일친선협회등의 일본측 회장은 예외없이 「아베」파 (=우쿠다」전수상파)가 독차지했다.
일본정계에서 이른바 친한파로 알려진 「아베」파는 박정희대통령때 양국간 흑막에 깊이 관련된 「기시」전수상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한국인의 긍지에 정면으로 도전한 「후지오」망언이나 교과서 왜곡을 옹호한 당사자들이 친한을 내세우는 이 그룹에 소속되어있으며 바로 그와 같은 「모순」 때문에 한국의 노체제에 대응하는 일본정치단체들의 구성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제2야당인 공명당이 한일의원연맹에 참여할 것을 결정했으며 집권 자민당 안에서도 한국과 매우 소원한 관계에 있는 「미야자와」파가 선거이후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쓰카모토」(총본삼낭)민사당위원장도 내년2월 방한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해 노태우정권과의 관계강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민주정치의 획기적인 전진을 평가」하는 일본 여·야당의 반응에서 보듯 한국에 접근하는 각 그룹의 구성요원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에도 이에 대응하는 신축성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언론인들 앞에서 일본사관학교 교가를 부르거나 동경의 한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통해 『대일본제국』운운한 한국의 비직업 고위 외교관들의 「실수」도 노체제의 새로운 대일외교 색깔에 의해 제거될 수 있는 작은 일들 가운데 하나다.
노태우대통령당선자는 지난9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건전한 민족주의를 수용하면서 대일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밝힌바 있으며「다케시타」수상은 근린국가 중시정책으로 한국이『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도록 협조할것을 다짐했다. 「노-다케시타」파이프는 양국간 무역불균형 문제, 서울올림픽 성공지원, 대북한외교, 대공산권정책에서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가늠케 할 것이며 동등한 입장을 전제로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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