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이상하죠?" "하하하"…강경화의 가벼운 웃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트럼프 방한 직전 외교수장의 헛발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7~8일)을 코앞에 둔 5일 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격의 없고 솔직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SBS 파일럿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서다. 진행자 김씨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쳤다’, ‘아니다.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한다. 만났을 때 느낌이 어땠나”고 묻자 강 장관은 이렇게 답변했다.

                                               [SBS 방송 캡처]

[SBS 방송 캡처]

김씨가 “(트럼프 대통령이) 좀 이상하다 싶은 대목은 없었나”고 재차 묻자, 강 장관은 “뭐 이상… 그렇다고 제가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드릴 수 있겠나”고 했다. 김씨가 “있었군요?”라고 되묻자, 강 장관은 “하하하”라며 크게 웃었다. 김씨가 “있었던 것으로”라고 답변을 확인했을 때도 그냥 웃기만 했다.

직접적으로 대미 관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진행자가 “외교부도 그렇고, 미국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거나 대북 문제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 않나”라고 지적하자, 처음엔 “북미 관계가 중요하니까”라고 답했다가 “부 자체에서 대미 외교에 투자하는 인력이나, 상대적으로 (대미 외교) 비율이 높다 보니까 그쪽에 무게가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그 부분도 사실 혁신 방향 중 하나인데 그 비중을 좀 어떻게 가볍게 하고(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외교부 내 중국 역량을 키울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15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 장관이 외교부 수장으로서 내놓는 대외정책적인 메시지는 많지 않았다. 진지한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만큼 현 정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관으로서 ‘셀러브리티’의 면모에 주로 초점을 맞춰 방송이 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진행자와 강 장관의 뒤로 어른거리는 코너 제목 ‘독한 대담’이라기엔 강 장관의 내놓는 말의 무게가 한참 부족했다.

특히나 트럼프 방한이 임박해 내놓은 한ㆍ중 합의가 강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밝힌 ‘3불(不)’ 입장으로 인해 한ㆍ미정상회담에 큰 숙제를 안긴 시점이었다.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검토 ▶미국의 MD(미사일 방어체제) 참여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의 군사동맹 발전 등을 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브로맨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훈훈한 분위기를 보였던 날, 외교 수장이 지상파 방송에 출연에 미국 대통령의 캐릭터를 희화화한 것을 미국이 어떤 메시지로 받아들일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유미 정치부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