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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통사고 10번 낸 76세 운전자, 5t 화물차에 8t 유류통 싣고 질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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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과수 조사관들이 3일 창원터널 앞에서 전날 폭발 사고를 낸 5t 화물차를 감식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국과수 조사관들이 3일 창원터널 앞에서 전날 폭발 사고를 낸 5t 화물차를 감식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2일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경남 창원터널 앞 폭발사고의 5t 화물차가 사고 당시 법적 허용치를 넘는 화물을 싣고 달린 데다 과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 물류 회사에 따르면 화물차 기사는 지난 2년 동안 10번의 교통사고를 낸 이력이 있었다.

창원터널 앞 폭발사고도 ‘인재’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3일 브리핑을 열고 “사고 화물차에 산업용 윤활유와 방청유 같은 인화성 액체를 나눠 담은 200L 드럼통 22개, 20L 말통 174개 등 7.8t가량이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상 차 무게의 110%(5.5t)까지 적재할 수 있다.

소방 관계자는 “폐쇄회로TV(CCTV)에서 차량이 터널을 나오면서 비틀비틀하다 100m 정도 간 뒤 중앙분리대를 받고 그대로 죽 갔다”며 “마찰열이 생기면서 드럼통에 불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3일 이뤄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감식에서 화물차가 중앙분리대에 부딪히기 전 20m 정도 타이어가 미끄러진 자국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사고 당시 화물차가 시속 100㎞ 정도로 달린 것으로 추정했다. 자동차관리법상 3.5t 이상 차량은 시속 90㎞로 설정된 최고 속도 제한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경찰은 위험물 안전관리법 위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위험도가 높으면 화물을 피복으로 가리거나 탱크로리로 운반해야 한다. 경찰은 위법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국과수에 화물의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폭발 원인, 브레이크 파열 같은 차량 결함과 기사의 신체 이상이나 졸음운전 여부는 국과수의 감식과 부검 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전망이다. 경찰은 화물차에 드럼통을 제대로 결박했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생존자 강모(45)씨는 “화물 고정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드럼통이 무방비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사고로 숨진 화물차 기사 윤모(76)씨는 울산의 윤활유 제조업체 두 곳에서 실은 화물을 창원의 유류 회사에 운반하는 중이었다. 기사가 고령이라 위험물 운송자 연령 제한이 없는 점도 문제로 불거졌다. 화물차는 지입차량으로 기사는 울산의 해당 제조업체와 처음 거래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중앙분리대를 받고도 점멸등을 켜거나 경적을 울리지 않은 것으로 봐 인적 요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창원=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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