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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vs 홍준표’ 기로에 선 한국당…초ㆍ재선 회동에 홍준표도 ‘식사정치’

중앙일보

입력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결정을 앞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1일 초ㆍ재선 의원들이 각각 회동했고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과 초선 의원들과 잇따라 모임을 가졌다.

 이날 먼저 시작된 모임은 한국당 재선 의원 19명의 점심 모임이었다. 11시 30분 시작된 자리에서 김진태ㆍ박대출ㆍ이완영ㆍ이우현ㆍ이장우 의원 등 친박 성향의 의원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들은 “당 혁신위가 홍 대표의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다”, “홍 대표가 서청원 의원과 진흙탕 싸움을 벌인 것은 부적절하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김기선(왼쪽부터 시계방향), 박맹우, 이채익, 윤영석, 김도읍 의원 등 재선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기선(왼쪽부터 시계방향), 박맹우, 이채익, 윤영석, 김도읍 의원 등 재선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임이 끝난 후 주로 나온 이야기도 “박 전 대통령의 출당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내용이었다. 이장우 의원은 “대부분 의견이 일치된 건 분열의 정치가 아닌 대통합을 하는데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출당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대통합에는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ㆍ최경환 의원 등의 출당에 반대하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일 오후 최고위원 오찬을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찬은 지난주의 방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는 것이 홍 대표 측의 설명이지만, 박 전 대통령 제명 등 인적청산 문제가 핵심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일 오후 최고위원 오찬을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찬은 지난주의 방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는 것이 홍 대표 측의 설명이지만, 박 전 대통령 제명 등 인적청산 문제가 핵심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재선의원의 모임이 시작된 지 30분 후인 12시부터는 홍준표 대표와 최고위원들 간의 점심 모임도 시작됐다. 홍 대표 측은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모임”이라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이라는 민감한 결정을 하기 전 설득전의 성격이 큰 자리였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날 식사자리에서 의견을 개진하기보다 ‘속도 조절’에 집중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 등 인적청산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우택 원내대표만 식사 초반 “당이 화합해야 하는 만큼 표결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친박계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가 당내 문제는 최고위원들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며 “(협의 방식 등)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했다. 앞으로 협의를 할 때 맞춰가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모임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원론적 이야기만 하더라”며 “내일이나 모레 최고위에서 전향적 자세를 보인다는 느낌이 하나도 안 들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이 1일 오후 국회 당 정책위의장실에서 모임을 하고 당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이 1일 오후 국회 당 정책위의장실에서 모임을 하고 당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2시에는 초선 의원 37명도 국회에서 만나 2시간가량 회동을 했다. 반면 초선 의원들은 의견이 제각각이었다. 모임을 주도한 김성원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나 홍 대표의 책임론에 대한 문제가 상당히 많이 나왔고, 찬반 논리가 많이 있었다”며 “11월 8일 초선 모임을 다시 가져 초선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발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만 말했다.

 당내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3일 최고위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가 결론 날 지도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은 2일 자정이면 무조건 출당되는 것”이라며 “3일 최고위는 의결하는 자리가 아니라 윤리위로부터 출당 결당을 보고받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재선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반발이 계속될 경우 홍 대표가 한차례 더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대표가 대표 취임 후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등 인적청산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절차적 문제는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본 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2일 재선의원과 3선 의원을 잇달아 만나기로 했다.

안효성ㆍ백민경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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