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젊은이 '축제의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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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7시30분 대구 두류공원 야구장에서는 남북한 청년 학생 3백명씩 모두 6백명이 참가하는 남북한 합동공연이 열린다. '남북청년문화예술행사'가 그것이다.

대구사랑모임(상임 공동대표 정동영 등)이 준비하는 이 행사는 북한 선수단.응원단이 대구에 도착한 다음날인 21일 실무협의를 시작해 25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북한 기자단의 충돌사태가 빚어지고, 북한 전극만 총단장이 '참가 재고려'성명을 발표하는 바람에 한때 행사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당장 철수할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기에 계속 참가할 수 있는 명분을 남한에서 제공해 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문화관광부 장관의 '사실상 사과'를 얻어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회에 계속 참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지켜본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북한이 '남북청년문화예술행사'의 성사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대구에 내려오면서부터 이 행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대회 참가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에도 이 행사와 관련한 실무협의는 계속 진행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에서 남북한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통일의 열의를 불태웠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구호와 노래를 남한 청년들이 따라 외치고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남측 청년단체와 대학생들이 참가하지만 이 가운데 한총련 학생들이 포함될 가능성도 크다. 대구사랑모임 관계자는 "한총련 학생들의 참가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반 대학생 신청자들과 구별할 방법이 없어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은 최근 사흘간 쉬면서도 숙소인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이 행사에 대비한 공연 연습은 게을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1TV는 이 문화예술행사를 폐막식 직전인 31일 오후 5시30분부터 녹화방송한다.

한편 북한 응원단은 28일 예천 진호국제양궁장과 계명문화대 수련관.대구시민운동장 등 경기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응원단원 이은정(20.평양연극영화대학3)씨는 "다시 경기장에 오니 기쁘다"며 "쉬는 동안에도 중간 중간 응원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대구=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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