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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사드 보복 사과 못 받아내고 안보 타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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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1일 서울 내자동 주한 중국문화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2017 중국 이야기’ 사진전을 보고 있다. 전시장에 태극기와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다. [강정현 기자]

31일 서울 내자동 주한 중국문화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2017 중국 이야기’ 사진전을 보고 있다. 전시장에 태극기와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다. [강정현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와 관련해 한·중이 31일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는 향후 한국이 강대국과의 갈등 발생을 어떻게 해결할지 보여주는 선례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발표에 없는 내용에 더 주목했다.

한·중 관계개선 합의에 빠진 세 가지 #사드 보복 한국 측 피해 언급 없고 #‘자위적 선택’ 우리 입장 반영 안 돼 #전문가 “중국은 관용 베푼 걸로 인식” #MD 불편입, 한·미 동맹 영향 줄 수도

① 중국 보복, 한국 피해 언급 안 돼=발표문에 중국의 부당한 사드 보복이나 이로 인한 한국의 피해가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측은 공식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경제 보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긴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한인희 건국대 중국연구원장은 “그간 응어리진 것을 이 정도 수준에서 푼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드 보복에 대한 표현이 없는 것은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중국은 대국이 관용을 베푼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것 같은데, 양국 간 비대칭 관계가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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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문에 중국 측이 입장을 ‘재천명했다(입장이나 진리를 다시 드러내 밝히다)’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중국의 그런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외교 교섭의 결과물에서는 보통 ‘재확인했다’고 쓴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개선의 모멘텀을 찾은 것은 평가할 수 있지만 한·중 관계가 과거로 돌아가는 단순한 정상화가 아니라 새로운 매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 사드 배치 결정 이유 빠져=발표문에는 애초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근거에 대한 설명도 없다.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라고만 돼 있다. 한국은 “사드 배치가 북핵 능력 고도화에 따른 자위적 선택이자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조차 반영하지 않았다. 반면에 중국이 자국의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사드를 반대한다는 내용은 들어갔다. 이정남 고려대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부상하며 동북아 지역 질서가 다시 쓰여질 텐데, 지금 중국에 우리 입장을 어떻게 각인시키 냐에 따라 향후 한·중 관계가 결정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③ ‘그간 한국의 입장’ 뭐길래?=중국은 발표문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한국 측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문에는 한국이 표명한 입장이 무엇인지 나오지 않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밝힌 세 가지 입장(▶한국이 미국의 MD(미사일방어)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는 발전하지 않을 것)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MD 참여 등을 희망하던 미국에 발표문에 나온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해 향후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발표문이 전반적으로 중국 입장은 상세하고 한국은 수동적 입장인 느낌”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혹평이 쏟아졌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발표문이)차관보급 명의로 발표됐고 밋밋한 내용뿐”이라며 “중국의 치졸한 사드 보복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받아냈어야 했는데 안보를 내주고 얻은 타협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 알맹이가 없다. 빈껍데기 굴욕 외교”라고 주장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의미는 있지만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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