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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요양병원 가격이 다 다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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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연로해지는 부모님이 어느 날 집에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때가 온다. 향후 똑같은 상황이 되는 베이비부머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집 이외의 대안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부양, 돌봄에 관한 대안을 상황별로 소개해 독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편집자>

이한세의 노인복지 이야기(1) #요양병원 비용 월 평균 120만원..최대 700만원 넘기도 #'포괄수과제' 따라 진료비 청구..과도하게 싼 곳 주의해야 #상급병실료·간병비 따라 비용차이 발생

논산에 위치한 대정요양병원 전경. [사진 대정요양병원]

논산에 위치한 대정요양병원 전경. [사진 대정요양병원]

요양병원의 입원비는 월 60만~700만 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월 10만원이라도 비용이 싼 곳을 찾으면 좋고, 어느 요양병원이든 무조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서비스를 다 받을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다. 그렇다면 요양병원의 합리적인 적정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근교 중형 규모의 요양병원에 가보면 모두 입을 맞춘 듯 6인실을 안내하고, 월 120만 원 전후의 비용을 이야기한다. 훌륭한 시설과 규모로 평판이 좋은 대형 요양병원은 이보다 비싸 월 200만~400만 원 정도다. 1인실에 1인 간병을 원하면 월 700만 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상가건물에 흔히 볼 수 있는 시설이 빈약한 조그마한 요양병원은 월 60만~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월 비용은 요양병원마다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요양병원이라 하더라도 어떠한 혜택을 받느냐에 따라 3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3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혜택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요양병원의 수가와 비용이 어떠한 기준에 의해 책정되는지 살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요양병원비용 항목 [사진 이한세]

요양병원비용 항목 [사진 이한세]

요양병원의 비용은 크게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진료 및 치료비, 식비, 상급병실료 그리고 간병비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용을 많이 지불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진료와 치료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비용에 상관없이 대동소이하다.

예외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월 비용을 80만 원을 내든 400만 원을 내든 받는 진료와 치료수준이 거의 같다. '포괄수가제'에 의해 진료 및 치료비가 청구되기 때문이다. 포괄수가제란 환자가 가진 하나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적 처치에 대해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정해진 일정 금액만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일종의 '진료비 정찰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월 60만~70만 원이라는 액수를 정해 놓고, 그 금액 범위 안에서 환자를 진료 및 치료하라고 각 요양병원에 수가를 정했다. 요양병원은 얼마나 많은 의료적 처치를 했는지 원가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월 60만~70만 원에 해당되는 의료비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다.

아침마다 요양병원장이 간호사, 간병인, 영양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입원환자를 살펴보면서 필요한 내용을 조치한다. [사진 대정요양병원]

아침마다 요양병원장이 간호사, 간병인, 영양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입원환자를 살펴보면서 필요한 내용을 조치한다. [사진 대정요양병원]

뷔페식당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뷔페식당 입장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월 60만~70만 원으로 정해놓고 진료와 치료에 해당하는 식사품질과 메뉴는 공단의 권장선만 지켜주면 식당 운영자가 알아서 하는 것과 같다. 식당 운영자 입장에서 다양한 메뉴와 비싼 식자재를 사용하든, 가장 기본적인 메뉴만 내 놓든 공단에 청구하는 금액은 같기 때문에 무리하게 좋은 메뉴를 내 놓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가급적이면 원가를 줄이기 위해 공단 권장선 미만의 열악한 메뉴를 내 놓고 공단에는 정해진 금액을 청구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요양병원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어떤 요양병원은 최소한의 금액인 월 60만~70만원을 받기도 하고, 이보다도 10만 원 정도 덜 받는 곳도 있을 수 있다. 특별히 기초수급대상자 등 정부지원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면 요양병원 비용이 너무 저렴한 곳은 주의해야 한다. 포괄수가제 의료비, 식비 등이 정해져 있는데 원가보다 낮은 비용을 받는다면 결국 제대로 된 의료적 처치와 간병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다.

요양병원이 손해 보면서 환자를 받지는 않는다. 터무니 없이 가격이 저렴하다면, 결국 어디에선가 손실을 보존하려고 하는데 의료적 처치와 간병이 수준 이하로 될 가능성이 많다. 비슷한 시설과 환경으로 월 비용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면 심한 가격 경쟁을 하는 곳보다 오히려 10만 원 이라도 더 비싼 곳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한 요양병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어버이날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정요양병원]

한 요양병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어버이날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정요양병원]

그렇다면 같은 요양병원에서 월 400만 원을 내는 환자와 월 80만 원을 내는 환자의 비용차이는 주로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상급병실료와 간병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용이 높을수록 의료적인 처치보다는 안락하고 편한 수발을 받는 비용이 더 크다. 4인실 미만(1~3인실) 사용시에는 상급병실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몇인실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월 45만~300만 원 선이다.

간병비 또한 치료비 못지 않게 비용이 많이 든다. 한달 간병인 급료를 약 240만원 정도로 추산해보자. 1대1 간병을 받으면 240만 원 전액을 부담해야 하고, 2대1 간병은 120만 원, 4대1 간병은 60만 원 정도가 든다. 2인실에 머물면서 2대1 간병을 받으면 월 비용이 300만~40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포괄수가제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비용을 내야 하는 대표적인 급여항목으로는 재활치료가 있다. 재활치료는 모든 환자가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르신들은 안락하고 편한 수발에 드는 비용을 다소 절약하더라도 그 비용으로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300만~400만 원의 월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서 꼭 더 필요한 치료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비용이 적정한가를 판단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항목을 검토하면 도움이 된다.

한 요양병원에서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정요양병원]

한 요양병원에서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정요양병원]

1. 환경과 시설이 비슷한 다른 요양병원에 비해 터무니 없이 싼 곳은 피한다.

2. 기저귀 및 기타 소모품이 월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3. 6인실에 6대1 간병을 받고 특별히 재활치료나 보약, 영양제, 한방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수도권에서는 월 100만~130만 원이 적정선이다. 물론 재활치료, 한방치료 등을 받으면 비용이 높아진다.

4. 월 200만 원 이상 지불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최소 월 비용이 200만 원 이상인 상급 요양병원을 선택한다. 월 평균비용 100만 원인 중급 요양병원에서 200만 원을 내고 VIP 대우를 받는 것보다 상급 요양병원에서 기본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더 좋다. 상급 요양병원이 기본적인 시설과 서비스 및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

5. 보약, 영양제, 한방치료 등에 과도한 비용을 들이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재활치료 등 꼭 받아야 하는 치료에는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6. 상급병실과 1대1 간병인 이용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비용도 높을 뿐 아니라 요양병원은 일반병원과 달리 입원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높아지면 자칫 비용으로 인해 자녀들의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 justin.lee@spireresearch.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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