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 해빙 조짐 … “중국 군부, 국방회담 때 오해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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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꽉 막혀 있던 한·중 관계에 숨통이 트이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

중국, 당대회 전후로 태도 달라져 #특허청 등 부처간 교류 일부 재개 #정상회담 최대 숙제는 사드 매듭 #중국측 문서화 요구 수용여부 고민

특히 19차 공산당 대회(지난 18~24일)를 전후로 중국 측의 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지난 24일 필리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의 회담이 성사된 것을 정부는 양국 관계 회복의 ‘가늠자’로 규정하고 있다. 한·중 국방장관 간 채널이 재가동되기 시작한 것은 2년 만으로, 양국은 회담 뒤 협의 내용을 일절 비공개에 부쳐 갈등의 불씨를 차단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회담을 앞두고 우리 국방부 인사들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군부 인사들에게 사드의 기술적 부분을 설명하고 상당 부분 오해도 풀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미가 사드에 대해 설명을 해주겠다고 해도 중국은 줄곧 이를 거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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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신호를 보내고 있다. 28일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사드 배치가 ‘임시적’이라는 점과 ‘어떤 제3국도 지향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이라는 분석이 외교가에서는 나온다.

특히 해당 발언이 국회 내 대표적인 지중파인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중국을 향한 조율된 메시지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해빙 분위기를 시사하듯 31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이도훈 신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으로 지난 20일 서울에서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신임 한반도본부장이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중 특허청장 회의가 지난 17일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것을 비롯해 정부 부처 간 교류협력 프로그램이 일부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이미 양국 간에 ‘사드 갈등이 한·중 관계 전반을 지배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있었고, 부처 간 교류 재개를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단계까지 왔지만 사드 문제를 매듭짓는 방식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에 대해 말을 여러 번 바꿔 믿지 못하겠으니 문서로 남기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양국 간 기본 입장 차가 큰 사드 문제로 정상급 메시지를 내거나 성명 등 공식 문서를 남기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제3의 형식을 양국 외교 실무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양국은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 시도한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갈등이 심해지자 당시 최영진 외교부 차관과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간 협의 끝에 구두 합의로 봉합한 선례가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양국 외교당국은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 간 중대 현안으로 대두된 데 유념한다” 등의 5개 항으로 구성한 구두 양해각서로 갈등을 매듭지었다.

서울=유지혜 기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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