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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기능만 추가해 가격 낮춰...'미니멀' 가전 대세

중앙일보

입력

올들어 1만2000대가 팔린 이마트 노브랜드 전자레인지. 해동ㆍ데우기ㆍ타이머라는 기본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을 덜어내면서 가격을 낮췄다. [사진 이마트]

올들어 1만2000대가 팔린 이마트 노브랜드 전자레인지. 해동ㆍ데우기ㆍ타이머라는 기본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을 덜어내면서 가격을 낮췄다. [사진 이마트]

가전 시장에 미니멀 바람이 불고 있다. 꼭 필요한 기능은 살리고 불필요한 기능을 빼는 대신 가격을 낮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불필요한 기능 덜어낸 '미니멀' 가전 트렌드 #소형 주방 가전에서 대형 가전으로도 확산 #가전 유통망, PB 브랜드 만들어 '미니멀' 가전 출시 #삼성전자, 소형 TV 축소...LG전자, 프리미엄 승부

이마트가 판매하고 있는 노브랜드 32인치 TV는 대표적인 미니멀 가전이다. 최신형 TV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와이파이 연결 기능을 뺐다. 그러면서 전기 소모를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은 1등급으로 높였다. 가격은 19만9000원으로 대기업 브랜드 대비 10만원 정도 저렴하다. 올해 9월 판매를 시작한 32인치 TV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5500대 판매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재고가 부족해 중국 공장에 재주문이 들어간 상태”라며 “2015년 미니멀 가전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단시간에 가장 많이 판매된 상품으로 기록됐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지난달 13일 출시한 노브랜드 에어프라이어(4만9800원)도 지난 20일 기준으로 판매량이 3000대를 넘어섰다. 노브랜드 에어프라이어 역시 온도 및 시간 설정 버튼만 살려 기능을 단순화한 미니멀 가전으로, 기능을 빼고 가격을 낮췄다. 소형 주방 가전 전문회사의 에어프라이어는 15만~30만원 수준이다. 해동ㆍ데우기ㆍ타이머라는 기본 기능만 추가한 미니멀 전자레인지는 올해 들어 1만2000대가 팔려 지난해 판매량(1만대)를 이미 넘어섰다.

기능을 단순화한 미니멀 가전인 노브랜드 가전 매출은 증가세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이마트의 노브랜드 가전 매출은 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4억원)과 비교해 137% 늘어난 것이다. 이마트 내부에선 노브랜드 TV 판매량에 주목하고 있다. 토스터와 전기밥솥 등 이마트가 그동안 집중한 소형가전이 아닌 대형가전에서도 미니멀 제품이 먹히고 있어서다.

김형수 이마트 라이프스타일 개발팀장은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가전 시장도 합리적인 가격과 핵심 기능에 집중한 미니멀 상품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대형 가전제품으로 노브랜드 가전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전 유통 업계에서도 미니멀 가전 바람을 확인할 수 있다. 공영홈쇼핑에서 지난 24일까지 판매된 TV 매출은 8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TV 매출(45억4000만원) 대비 76% 늘었는다. 대기업 제품 대비 기능을 단순화시킨 초고화질(UHD) 미니멀 TV가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UHD TV 판매 비중은 전체 TV매출의 8.7%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93.1%로 높아졌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기능을 단순화한 중소기업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가 자체 브랜드로 내놓은 6㎏ 세탁기. 초기 물량 1500대가 두 달 만에 팔렸다. [사진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가 자체 브랜드로 내놓은 6㎏ 세탁기. 초기 물량 1500대가 두 달 만에 팔렸다. [사진 롯데하이마트]

미니멀 가전 열풍은 가전 유통 업계도 변화시키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지난해부터 자체브랜드(PB) 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복잡한 기능을 단순화하고 가격을 낮춘 미니멀 제품들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올해 1월 내놓은 ‘6평형 에어컨’은 올해 여름까지 7000여대가 팔렸다. 6㎏세탁기는 처음 준비한 물량 1500대가 2개월 만에 완판됐다. 전자랜드도 PB 브랜드 ‘아낙’을 통해 기존 제품 대비 기능을 단순화하고 가격을 낮춘 40인치 TV와 에어컨 등을 출시했다.

소형 가전회사들이 주도하는 미니멀 가전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대형 가전 업체들은 고심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저가형 TV 제품을 축소하고 프리미엄 분야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저가형인 20~30인치대 제품은 생산을 대폭 줄여나가다 궁극적으로는 손을 떼는 방향으로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발표한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 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 1600억원 판매고를 기록한 프리미엄 가전 업체 다이슨의 무선 청소기. [사진 다이슨]

롯데홈쇼핑에서 1600억원 판매고를 기록한 프리미엄 가전 업체 다이슨의 무선 청소기. [사진 다이슨]

홈쇼핑 업계도 양분화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6월 첫 PB 가전인 냉풍기를 내놨다. 기능을 단순화한 냉풍기는 방송 시작 39분 만에 준비한 2800여 대를 모두 팔아 치웠다. 롯데홈쇼핑은 해외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판매에 적극적이다. 롯데홈쇼핑에서 2013년 7월 단독 론칭한 다이슨은 유ㆍ무선청소기 상품을 통틀어 올해 10월 기준으로 1600억원(주문금액 기준)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주말 방송된 다이슨 무선 청소기 V8 카본파이버는 97만8000원이란 비싼 가격에도 매진을 기록하면서 3350개가 팔렸다. 정윤상 롯데홈쇼핑 생활부문장은 “품질과 디자인, 브랜드 인지도에서 앞선 해외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지갑을 여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꼼꼼히 따져 소비하는 가치소비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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