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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 때 '핵우산 흔들림 없다' 확인하라···여야, 대북정책 국론결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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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 달 초 아시아 순방 때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배치하는 날이 오더라도 한·일을 위한 미국의 핵우산은 한 치의 흔들림이나 주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 위험에 처한 한·일 국민을 안심시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대북 정책에 대한 국론 결집”도 시급한 과제로 강조했다. “독일이 통일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여야를 초월한 일관된 대동독정책 추진이었다”며 “지금처럼 각 당이 당리당략 차원에서 안보 문제를 재단한다면 남남갈등의 바람을 타고 한반도 위기의 불길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국제안보전략硏 심포지엄 기조연설 #"전쟁은 평화 위한 노력 소진 뒤 생각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 #"북한에 동원가능한 모든 압박, 대화 테이블 안나오곤 못 배기게" #"한ㆍ미ㆍ일ㆍ중ㆍ러 5자 공조로 북핵 해결하는데 한국이 촉매" #"한국, 북미 간 촉매 되려면 남북대화 전제돼야…투트랙 채널 가동"

홍 이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미국의 국제 안보 싱크탱크 아틀란틱카운슬(AC)이 공동주최한 국제심포지엄 ‘평화를 향한 동행’ 기조연설에서 “미 본토가 북한 ICBM의 직접적 위협에 놓이게 되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등 확장억지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고, 북한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 한국에 온갖 위협을 일상화할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이런(핵우산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게 밝힌다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지 효과와 함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이런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의 자위적 핵무장론이 탄력을 받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공동심포지엄’에서 ‘위기의 한반도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공동심포지엄’에서 ‘위기의 한반도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홍 이사장은 ‘위기의 한반도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연설하며 “완성된 핵무력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빅딜을 시도하는 것이 김정은(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숨은 의도이며, 김정은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전 질주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을 실행에 옮긴다면 그 시점은 북한의 핵무장 완성 이전이 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라면서다.

그는 “전쟁은 재앙이며, 한국인들에게 부여된 지상명령은 평화 속의 비핵화”라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은 존중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쟁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전부 소진하고 난 뒤에야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대북 기본 원칙인 ‘4노(4No·북한의 정권 교체도, 북한 정권의 붕괴도, 한반도 통일의 가속화도, 38선 이북으로의 미군 이동도 하지 않음)’를 언급하며 “의미 있는 대화 여건을 조성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홍 이사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있는 고위 당국자나 특사가 직접 평양을 방문하거나 제3국에서 북한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 미국의 ‘4노’ 원칙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30일 ‘위기의 한반도를 위한 제언’을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여야를 초월한 대동독정책을 편 독일처럼 대북정책에서 국론 결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문규 기자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30일 ‘위기의 한반도를 위한 제언’을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여야를 초월한 대동독정책을 편 독일처럼 대북정책에서 국론 결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문규 기자

홍 이사장은 “우발적 요인에 의한 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핵무장 완성 전에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고강도 압박을 통한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그는 ^대북 원유 공급 추가 차단 ^해외 파견 노동자 추가 감축 ^외교 관계 축소 및 단절 등을 예로 들며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외교적 고립을 극대화함으로써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몰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이를 위한 국제공조에서 한국이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선 ‘미국과의 빈틈 없는 공조와 협의’를 최우선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일방적 행동 가능성을 경고하며 “정상 간의 친밀도를 높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모든 레벨에서 대미접촉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의도를 미리 파악해 한국의 국익과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정책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북·미 간 협상은 물론이고 한·미·일·중·러 5자 공조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면서도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포괄적 타협안을 한국과 미국이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핵 개발에 따른 기회비용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핵 포기에 따른 인센티브도 극대화해야 한다.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와 달리 비핵화를 해도 생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김정은에게 심어줘야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또 “북·미 사이에서 촉매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조건을 구체화했다. 홍 이사장은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는다고 포기하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경제·문화·스포츠 분야를 망라한 민간의 모든 막후 채널을 풀가동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남북 및 북·미 간 투 트랙 대화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무장 완성 단계에 이르기 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공존을 위한 합의)’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국이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집권 2기에 들어서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사태 전반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지금이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외교를 펼칠 수 있는 적기”라며 “이 과정에서 미·일과 공조해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은 공동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또 최근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주문했다. 홍 이사장은 “러시아의 역할을 제고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는 연쇄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가 위기 국면에서 벗어난다면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 등이 활기를 띨 수 있다는 점은 유인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다.

홍 이사장은 “북·미 간, 남북 간 대화의 종착역은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의 평화·공존·번영”이라며 “핵을 포기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국제경제 체제에 동참함으로써 남북경협이 활성화할 때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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