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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홀린 임기영 잠수함투 … KIA, 11번째 우승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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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잠수함 투수’로 불리는 KIA 임기영의 호투가 빛났다. 한국시리즈 첫 등판에서 두산 강타선을 상대로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낮게 깔리는 체인지업에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잇달아 허공을 갈랐다. 날렵한 자세로 공을 던지는 임기영. [연합뉴스]

‘잠수함 투수’로 불리는 KIA 임기영의 호투가 빛났다. 한국시리즈 첫 등판에서 두산 강타선을 상대로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낮게 깔리는 체인지업에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잇달아 허공을 갈랐다. 날렵한 자세로 공을 던지는 임기영.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5차전

한국시리즈 5차전

1차전을 내준 뒤 3연승. KIA 타이거즈의 뚝심이 빛났다.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 만을 남겨뒀다. KIA는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7전4승제) 4차전에서 5-1로 이겼다.

현란한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유도 #5와3분의2이닝 6탈삼진·무실점 #포스트시즌 데뷔전서 깜짝 역투 #KIA, 1승 더하면 한국시리즈 제패 #오늘 5차전 헥터·니퍼트 선발 대결

올해 KIA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우완 사이드암 임기영(24)이 깜짝 호투를 펼쳤다. 임기영은 5와3분의2이닝 동안 81개의 공을 던져 두산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안타 6개를 내줬지만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임기영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잠수함 투수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0㎞를 겨우 넘는다. 주무기는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체인지업. 직구와 똑같은 자세로 던지기 때문에 타자들은 알면서도 번번이 속는다. 이날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존 맨 아래를 살짝살짝 스쳤다.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잇달아 허공에서 춤췄다. 임기영은 탈삼진 6개를 기록했다. 두산 타자들이 간신히 방망이에 공을 맞춰도 멀리 뻗어나가지 못했다. 임기영은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11개나 잡았다. 두산의 쌍포인 4번 김재환과 5번 오재일을 6타수 1안타로 꽁꽁 묶었다.

임기영. [뉴시스]

임기영. [뉴시스]

임기영은 올해 처음으로 선발투수가 됐다. 2012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2014년 말 한화가 FA(자유계약) 투수 송은범을 영입하면서 보상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임기영은 KIA로 팀을 옮기자마자 곧바로 상무에 들어갔고, 지난해 9월 제대했다. 임기영이 2014년까지 3년간 기록한 승수는 단 2승. 그런데 올해는 23경기에 나와 두차례 완봉승을 포함해 8승6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임기영은 이날 포스트시즌 경기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김기태 KIA 감독이 “임기영이 잘 던져주면 고맙지만, 아무래도 점수가 많이 날 것 같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무대, 한국시리즈을 앞둔 임기영은 “떨린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마운드에 올라서는 침착하게 공을 던졌다.

로저 버나디나

로저 버나디나

KIA 타자들은 1회 초부터 두산 선발 유희관을 상대로 점수를 내며 임기영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사 이후 김주찬이 2루타, 로저 버나디나가 3루타를 터트려 선제점을 올렸다. 4번타자 최형우의 내야안타가 이어지며 KIA는 2-0으로 앞서나갔다.

임기영의 위기는 6회 말 찾아왔다. 투아웃 이후 두산 오재일의 안타성 타구를 우익수 이명기가 잡지 못하고 뒤로 빠뜨리면서 2루까지 진루를 허용했다. 임기영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불펜 심동섭이 최주환에게 볼넷을 주면서 KIA는 역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김윤동이 다음 타자 양의지를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한숨을 돌렸다.

KIA의 승리에는 행운도 따랐다. 7회 초 2사 주자 1,2루에서 김주찬의 강한 타구를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놓치면서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버나디나의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KIA는 4-0으로 달아났다. 버나디나는 5타수 3안타·2타점으로 활약했다. 두산은 8회 말 닉 에반스의 적시타로 한 점을 뽑는데 그쳤다.

임기영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대구에 사는 부모님에게 “집에서 TV 중계로 봐달라”고 당부한 뒤 마운드에 올랐다. 부모님이 경기장을 찾으면 부담감 탓인지 제구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기영은 멋진 호투로 보답했다. 5차전은 30일 오후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KIA는 헥터, 두산은 니퍼트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 한국시리즈 4차전 전적(29일·잠실)

KIA 200 000 201 | 5
두 산 000 000 010 | 1
(승) 임기영 (세) 김세현 (패) 유희관

양팀 감독의 말

김기태 KIA 감독

김기태 KIA 감독

◆김기태 KIA 감독=“선발 임기영이 잘 던져줬다. 야수들이 1회부터 좋은 타격을 해 선취점 뽑아낸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재밌는 경기했다. 마무리 투수 김세현은 4경기 중 3경기에 나왔다. 내일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던지게 된다면 마지막 투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일 선발 헥터의 컨디션은 괜찮다고 한다. ‘내일 잘 부탁한다’고 했더니 ‘오케이’라고 하더라.”

김태형 두산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이제 한 경기만 지면 끝이다. 총력전을 펼치겠다. 양의지와 김재호가 이번 시리즈에서 부진하지만 둘을 빼고 경기할 생각은 없다. 양의지는 공을 배트 중심에 조금씩 맞히고 있다. 김재호는 타격이 잘 안되고 있는데, 특별한 대안을 생각한 적은 없다. KIA 선발진을 공략하지 못해 계속 끌려가고 있다. 그런데 타격은 언제 어떻게 터질 지 모른다.”

박소영·김원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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