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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 축구스타 아데바요르 집에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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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어머니(왼쪽)와 형 피타가 아데바요르가 살던 방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로메(토고)=박종근 기자

아프리카 토고에서 가나로 넘어가는 국경 바로 앞 마을. 흙먼지 날리는 골목길 한쪽에 최고급 승용차 BMW가 세워져 있다. 낡은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토고 전통 복장을 한 초로의 여인이 취재진을 맞는다. 그가 '토고 축구의 영웅' 에마뉘엘 아데바요르(22.잉글랜드 아스널)의 어머니 알리스(56)다. BMW는 아데바요르가 타다 운전기사를 딸려 어머니에게 넘겨준 차다. 이 집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아데바요르의 호화주택에도 BMW 2대와 체로키 1대가 주차돼 있었다.

토고는 독일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한국과 첫 경기를 치른다. 본지는 9일 토고의 스트라이커 아데바요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을 찾았다. 지금은 어머니가 친지들과 함께 살고 있고, 아데바요르의 아버지는 지난해 5월 타계했다.

알리스는 "여기까지 찾아와 줘 감사하다"고 했다. 인터뷰를 막 시작하려는데 키 큰 청년이 축구공을 툭툭 차면서 들어섰다. 아데바요르의 둘째 형 피타(25)다. 아데바요르의 4형제는 모두 축구선수다. 큰형은 프랑스, 막내 동생은 독일 프로 팀 소속이고, 피타만 토고의 실업팀에서 뛰고 있다. 피타는 한국 프로팀에 입단하고 싶다고 했다.

피타가 말했다. "에마뉘엘은 여덟 살 때 축구를 시작했어요. 축구를 너무 좋아해 학교를 안 가는 바람에 아버지가 먹을 것을 안 줬어요.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밥을 먹이면서 키웠지요." 어머니가 거들었다. "걔는 잘 때도 축구공을 끼고 잤어요. 공을 천장에 매달아 놓고 매일 헤딩 연습을 해 '여기가 방이지 축구장이냐'며 야단치고 공을 갖다 버리면 또 주워와 연습하고…. 하여튼 유별났지요."

아데바요르는 지난달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 2차전(카메룬)을 앞두고 "어머니가 아파 간호하러 고향에 가야 한다"며 출전을 거부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멀쩡했다. "아들이 대표팀 감독과 문제가 생겨 경기에 못 뛴다는 얘기를 듣고 스트레스를 받아 좀 피곤했다. 지금은 영국으로 팀을 옮겨 잘하고 있어서 괜찮다"고 말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팠다는 얘기다.

한국과 토고의 월드컵 첫 경기에 대한 소감을 묻자 어머니는 "두 나라가 첫 경기에서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해요. 누가 이길지는 하나님만이 아시겠죠"라고 차분하게 응답했다.

아데바요르는 토고에서 대통령 못지않은 유명 인사다.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이 "아데바요르 같이 성공한 축구선수가 돼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한다.

로메(토고)=정영재 기자<jerry@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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