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이사선임 반발...한국당 발 '국감 보이콧'에 곳곳서 반쪽짜리 국정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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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6일 국회 보이콧에 나서면서 국정감사가 대거 파행했다. 한국당이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회진흥회 이사 선임 강행에 반발하면서 국정감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12개 상임위 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감사는 중단됐고 나머지 11곳은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반쪽짜리 감사로 진행됐다.
 과방위의 한국방송공사(KBS)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작도 못하다 진통 끝에 오후 2시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50여분간 KBS와 관계 없는 이 ‘방통위 이사 선임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한국당 김성태(비례) 의원은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선임은) 반민주적인, 반헌법적인 과정이다.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고,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국감은 여야 합의에 따라 결정된 일정인데 한국당 의견만으로 파행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맞받았다. 같은 당 신경민 의원은 "방문진 이사 문제에 (한국당이) 그렇게들 관심많았는지 몰랐다”며 “진작에 적극적으로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도 “위원장을 비롯해 한국당 의원들이 공부하기 싫다고 교실 밖으로 무단 이탈한 상황이다, 국감을 기피하고 해태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방통위가 독단적으로 이사 선임을 강행했고, 이제 곧 MBC 사장에 대한 퇴진 압력이 있을 것”이라며 “국가공영방송의 자유와 공정성을 크게 침해하고 국가권력에 침해하는 전횡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국민의당은 한국당을 비판하면서도 여당에 대한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이런 사태가 충분히 예견되는데도 꼭 오늘 아침에 몰아서 갑작스럽게 방심위원을 임명해야 했는지 정부ㆍ여당 측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날 KBS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과방위 국감장에 나왔던 고대영 사장은 입을 열 기회조차 없었다. 국감을 시작하면서 기관장이 하는 기관보고를 하지 못했던 것은 물론이고 증인 선서조차 하지 못했다. 증인석에 앉아 있던 고 사장은 이날 간간이 물만 마시다가 과방위 국감이 중단된 오후 3시쯤 국감장을 떠났다.
 파행은 과방위만이 아니다. 대전고법, 대전고검 국감을 진행한 법제사법위원회는 국회법(50조5항)에 따라 권성동 법사위원장(한국당) 대신 금태섭 의원(민주당 간사)가 진행을 맡았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10여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다 12시쯤 감사를 중단했다. 한국당 윤재옥 간사는 “현재 당의 상황을 고려하면 국감을 계속 진행하는 게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며 감사 중지를 요청했다. 민주당 진선미 간사가 “방문진 이사 선임은 우리 상임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발했으나 유재중 위원장(한국당)이 “잠시 감사를 중지하고 오후에 회의 속개 여부를 결정하자”고 말하며 일정이 중단됐다. 행안위는 다섯시간의 공백을 가진 뒤 오후 5시30분쯤 감사를 재개했지만 제대로된 감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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