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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도소서 아들 죽어가요” 야스쿠니 신사 폭발물 母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키 180㎝에 몸무게 90㎏이 넘는 건장했던 아들이 수감 20여 개월 만에 40㎏이 빠져 말라깽이가 됐습니다. 시력마저 잃어가는데 살아있는 미라나 다름없었습니다.”

야스쿠니(靖國)신사 폭발음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일본 경찰에 체포된 한국인 전모씨(29)씨의 어머니(오른쪽)가 26일 오전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스쿠니(靖國)신사 폭발음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일본 경찰에 체포된 한국인 전모씨(29)씨의 어머니(오른쪽)가 26일 오전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5년 일본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 공중화장실에 폭발물을 설치해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후추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전모(29)씨의 어머니 이모(55)씨가 26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눈물로 호소했다.

지난 18일 아들을 면회했다는 이씨는 “외교부에서 ‘외부 사람과 접촉하면 재판에 불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접촉을 피했는데 뼈만 남아 앙상한 아들을 보고 피눈물이 나왔다”며 언론에 직접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전씨가 교도소 내 징벌방에서 대부분 생활하고 있다면서 “왜 징벌방에서 생활하느냐고 물었더니 ‘군대와 같은 훈련을 따르지 못하면 징벌방에 넣는다’고 했다”면서 “일본 교도소에서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전씨가 어머니 이씨에게 지난 5월 보냈다는 옥중서신도 공개했다. 전씨는 당시 서신에서 “제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제가 쓰는 글을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있었더군요”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폭발음 사건을 일으킨 전모씨(29)의 어머니가 전북지방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와 외무부는 국제수형자이송 조약에 따라 아들을 국내로 이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뉴스1]

지난 2015년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폭발음 사건을 일으킨 전모씨(29)의 어머니가 전북지방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와 외무부는 국제수형자이송 조약에 따라 아들을 국내로 이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뉴스1]

이씨는 정부가 아들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아들이 낸 국제이송 (신청)서류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알아봤지만 외교부는 법무부로 미루고, 법무부는 외교부에 알아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아들이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사익이나 누구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며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망언을 일삼는 일본 정부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죄가 있으면 벌을 받겠다. 하지만 애국심으로 한 행동의 책임을 일본에 맡기는 것은 원통한 처사”라며 “아들의 범행 의도를 감안해 우리나라 정부가 적극 나서 한국으로 데려와 주길 강력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담당 영사를 교도소에 보내 전씨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데 현재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 면회 때는 우려하시는 부분을 더 세밀하게 보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외교부를 통해 전씨 이송을 일본에 요청했다”며 “이송은 당사자와 관할 당국 등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일본이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2015년 11월 23일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에 화약을 채운 시한식 발화장치를 설치하고 불이 붙게 해 화장실 천장 등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도쿄지방재판소와 도쿄고등재판소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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