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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언행으로 상처 준 점 사과" 고개숙인 고이케

중앙일보

입력

“저의 언행으로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준 점 다시 한번 사과하겠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희망의당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한 때 아베의 대항마로 꼽힐 정도로 정치권의 유망주였으나 창당 한 달만에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돌아온 그다. 그는 선거 하루 전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가 25일 귀국했다.

파리에서 오늘 귀국...의원 간담회에서 사과 #"이념 정책 강조하다가 단어가 그렇게 나와" #당 내부선 '고이케 책임론' 부글부글 #'철의 천정' 발언에 "책임 회피"비난도 # "도지사 매진하겠다"면서도 대표직 사퇴는 안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겸 희망의당 대표가 지난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겸 희망의당 대표가 지난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이날 열린 희망의당 소속 의원 간담회에서 “많은 유망한 인재를 잃게 돼 유감이다. 당의 대표로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의미로 책임을 져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공천과정에서 일부 민진당 출신들을 “배제하겠다”고 한 발언과 관련 “정당은 이념 정책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단어가 그렇게 나와버렸다. 다시 한번 책임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고이케 대표가 고개를 숙였지만, 희망의당 안팎에서는 그가 선거에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본인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데다, ‘배제’ 발언 이후 당의 지지율이 급락한데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고이케 대표의 거취와 책임에 대해 격렬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의당 소속 의원들은 벌써부터 자민당, 입헌민주당 등으로 갈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당 대표가 지난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중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당 대표가 지난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중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패배가 예상되자 선거일 직전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떠난 데 대해서도 당 안팎에선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랑스 피가로지는 그를 “도망중인 여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그가 보였던 언행은 더욱 논란꺼리가 됐다. 그는 선거의 패배원인을 말하면서 “유리 천정(도지사, 도의회 선거)은 깼다고 생각했는데, 중의원 선거에서 '철(鐵)의 천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 것. 선거 결과에 대해 반성은커녕 엉뚱한 곳으로 원인을 돌리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고이케 대표가 프랑스 방문 중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에 관심이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끌어내는 노력을 일본에서도 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산케이 신문은 “프랑스 언론 중에서 두 사람을 비교하는 곳은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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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고이케 대표 본인은 대표직에 물러날 뜻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는 귀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러분과 이야기를 하겠다. 창업(창당)의 책임이 있으니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간담회에서도 “참석자의 의견을 듣고 진퇴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고이케 대표는 국정은 국회의원들에게 맡기고 도쿄지사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으나, 도쿄 도정도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 그가 이끌었던 도민퍼스트회도 중의원 선거 이후 흔들리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도민퍼스트 소속 의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고이케 선풍은 3개월만에 멈췄다"고 보도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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