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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코치 처벌한 김씨, '#미투'로 피해자 돕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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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계에서도 '미투(#Metoo)'의 물결을 볼 수 있을까. 15년 만에 성폭행 코치 처벌을 이끌어낸 김모(26·여)씨가 '미투 운동'을 시작했다.

10~11세에 테니스부 코치에게 성폭행 당해 #15년 만에 지난 13일 징역 10년형 이끌어내 #"'미투' 운동, 다른 피해자에게 도움주겠다"

[사진 미투 캠페인을 시작한 김씨 블로그]

[사진 미투 캠페인을 시작한 김씨 블로그]

김씨는 10~11세였던 지난 2001년부터 이듬해까지 자신이 다니던 강원도 철원군의 초등학교 테니스부 김모(39)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전국주니어테니스대회에서 김 코치를 14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02년 면직당한 김 코치가 아직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테니스 코치를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란 김씨를 고소했다.

김씨는 그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한테니스협회 등 관계 기관에도 신고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홀로 증거를 수집하고, 증인을 수소문해 재판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민지현)는 제자를 수차례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강간치상)로 기소된 김 코치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15년 만에 성폭행 코치 처벌 후,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나선 피해자 김모씨.

15년 만에 성폭행 코치 처벌 후,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나선 피해자 김모씨.

사건 발생 후 15년 만에 처벌을 이끌어 낸 김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숨어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25일 인터뷰에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 더 악착같이 싸웠다"며 "가해자는 처벌을 받게 됐다. 그러니 이제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차례다. 힘이 되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직접 블로그(http://truth-be-told.tistory.com/)를 개설하고, 최근 미국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미투 캠페인'을 시작했다. 미투 캠페인은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스캔들이 미국 연예계를 강타하자,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45)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 해시태그 ‘#MeToo(미투)’를 달아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하자는 운동이다. 이 해시태그는 열흘 만에 85개국에서 170만개가 리트윗 됐다.

[사진 알리사 밀라노 트위터]

[사진 알리사 밀라노 트위터]

김씨는 "현재 성범죄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스포츠계에도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직접 이메일과 모바일 메신저로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상담도 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김씨의 사건을 중앙일보가 단독 보도한 후, 관계기관에서도 성폭행을 당한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테니스협회는 김씨의 사건을 검토해 제도적인 허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대한테니스협회 박원식 홍보이사는 "그동안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 협회에 접수된 성 문제 사례에 대해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고, 경우에 따라 검찰 고발해 스포츠계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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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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